중소기업계 "'고의 없을 땐 중대재해법 면책' 규정 신설해야"(종합)
중기중앙회, 천안 현장간담회…모호한 규정-인력 부족-비용부담 지적
업계 "근로자가 준칙 안 지켜서 사고 발생하기도"
(천안=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중소기업들은 지금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합니다. 언제든지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중소기업계가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의 관련 예산 지원과 국회의 입법 보완을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는 24일 충남 천안시에 있는 ㈜신진화스너공업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는 사업주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을 때는 면책하는 규정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수준은 세계 최고인데 이를 완벽히 준수할 수 있다고 누구 하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이어 중소기업이 이 법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로 ▲ 의무사항 이해의 어려움 ▲ 전문인력 부족 ▲ 안전보건시설 확충비용 부담 등을 꼽으면서 "우리도 대기업처럼 컨설팅을 받고 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싶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지금의 일자리조차 간신히 유지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전문인력 채용 등에 필요한 예산 지원을, 근로자들에게는 안전수칙 준수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계 인사들은 산업현장의 안전사고가 업체 측의 책임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정한성 한국파스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안전사고 예방조처를 충분히 시행했음에도 작업자가 준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나는 사고가 전체의 60∼70%에 달한다고 본다"며 "과연 사용자만 책임을 져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창웅 건설기계정비협회장은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산업재해에 따른 사망자 중 50대 이상이 70%가 넘는다"며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현장 근로자들의 고령화"라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현장의 고령화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중대재해법처벌을 아무리 엄격하게 시행해도 사고를 막을 순 없을 것"이라며 "건설정비업계 종사자에게 병역특례를 제공하는 방안 등 청년층의 기술직 일자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보원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 공동위원장은 "산업재해는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기 어려운 분야인데도 이 법은 징역 1년 이상이라는 하한 규정을 두는 등 사업주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또 사업주의 의무사항을 모호하게 규정해서 많은 중소기업이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혔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최소한 정부 컨설팅을 활용해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한 업체는 의무이행 노력을 했다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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