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백신 과신한 바이든, 뒤늦은 검사 확대에 눈총
진단키트·마스크 무상 배포에 "너무 늦었다" 지적 나와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 진단 키트와 고품질 마스크의 무상 배포에 나섰지만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오미크론 변이의 급속한 확산을 진정시키려는 차원이지만 진작 했어야 할 정책이 너무 늦게 나왔다는 지적 탓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신속항원 검사를 할 수 있는 자가진단 키트를 한 가구당 4개씩 공짜로 배포하기 위해 신청용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19일에는 연방정부가 비축한 N95 마스크 중 4억 장을 풀어 내달 초까지 성인 1인당 3장씩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95 마스크는 매우 작은 입자를 95%까지 걸러낼 수 있는데, 당국이 천 마스크 대신 고품질 마스크를 쓰라고 지침을 변경한 뒤 부랴부랴 무상 배포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조처가 발표되기 무섭게 다른 나라에 비해 한참 뒤처진 정책이라는 지적이 매섭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진단키트 무상 배포의 경우 영국에선 이미 작년 4월에 시작돼 결혼식이나 만찬 등 행사 참석 전 스스로 테스트하는 것이 일종의 관행처럼 돼 있다.
독일과 싱가포르도 지난해 키트 무상 배포를 시행했다. 미국은 무상 배포가 아닌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키트 가격이 비싸다.
마스크만 하더라도 벨기에, 프랑스, 터키가 전염병 대유행 초기에 무상으로 배포했고, 한국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마스크 가격을 낮추기도 했다.
미국의 늦은 대처에는 마스크와 진단 키트가 정쟁의 소재로 다뤄진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게 WP의 진단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4월 재활용 천 마스크 6억5천만 장 배포 계획을 세웠다가 패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철회했다는 당국자 진술이 있다.
진단 키트는 잘못된 결과, 계획 부족 등으로 인해 비평가들의 공격 대상에 올랐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백악관 대변인이 진단 키트 무상 배포 질문에 무안을 주는 식으로 답했다가 눈총을 받았다.
주 정부의 권한이 세 연방 정부의 개입에 한계가 있고 의료 서비스 이용 비용이 너무 높은 데다 규제 당국의 진단 키트 승인이 너무 느림보였다는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백신의 효능을 과신한 결과라는 비판 역시 만만치 않다.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1월 취임 후 넘쳐나는 백신 물량만 믿고 접종 확대 정책에 치중하면서 되려 검사 역량은 줄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인 중 백신 거부자가 상당해 접종률이 정체된 상황에서 전염성이 매우 강한 오미크론이 상륙하는 바람에 미국은 또 한 번의 대유행을 피할 수 없었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20일 기준 미국의 인구 대비 백신 접종 완료율은 63%로 주요 7개국(G7) 중 꼴찌다. 백신 강국의 체면을 호되게 구기는 수치다.
반면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7천만 명에 육박해 세계 1위라는 오명을 여전히 벗지 못하고 있다. 이 중 4분의 1이 넘는 1천800만 명이 최근 한 달 새 감염됐는데, 오미크론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사례는 코로나19에 대처하려면 백신 만능주의로는 한계가 있고 방역과 검사, 추적, 치료 등 다른 요인이 함께 어우러져야만 한다는 평범한 진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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