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속 유엔 대북제재 불발…제 갈 길에 요원해진 협력
中 '검토 필요'에 안보리 제재 무산…비핵화 해법 시각차 커
양국 대치로 협력 쉽지 않아…北 고강도 도발 땐 달라질 수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갈등이 격화하는 미국과 중국이 북한 비핵화 해법을 놓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각자 갈 길을 가는 형국이다.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면서도 다른 분야와 달리 북한 문제의 경우 대표적인 협력 분야로 꼽았지만 중국은 냉담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 제재를 확대하려는 미국의 시도가 20일(현지시간) 사실상 무산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새해 들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이 잇따르자 재무부가 지난 12일 독자 제재 대상에 올린 북한인 5명을 안보리 제재 대상으로도 지정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탄도미사일을 문제 삼아 첫 제재 카드를 활용하며 대북 압박에 나선 것이지만, 안보리에서 만장일치 동의를 얻지 못해 수포로 돌아간 모양새가 됐다.
이는 미국과 갈등 관계인 중국과 러시아가 안건 보류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지만, 관심은 중국이 제동을 건 배경에 더 쏠리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사실상 거부 입장은 대북 정책 시각차를 감안할 때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북한과 외교적 해결을 추구한다고 밝히면서 대화에 응하지 않는 북한이 테이블로 나오게 하려면 '채찍'인 제재의 병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북한에 전제조건 없는 만남을 촉구하면서 대화 유도를 위해 선제적으로 제재를 완화하는 선물을 안길 생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실제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한 싱크탱크 대담에서 "그들의 행동이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알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놓고 재차 소집한 안보리 비공개 회의 직전에 7개국 대사와 공동으로 낸 성명에서도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규탄하는 데 모든 이사국들이 단합해야 한다"고 제재를 촉구했다.
반면 중국은 그간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 일부를 완화할 것을 주장했다.
대북 결의의 이른바 가역(可逆) 조항을 활용, 민생 관련 분야를 중심으로 제재를 완화해 대화 재개 조건을 만들고, 북한이 다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면 제재를 복원하자는 결의안을 안보리에 제출할 정도였다.
중국은 최근 북한의 연쇄 미사일 시험에도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 및 규탄 대열에는 선을 그으며 자제와 대화를 촉구하는 기조를 유지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를 경고한 북한의 발표에 대해 "덮어놓고 제재와 압력을 가하는 것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거듭 증명됐다"며 오히려 제재를 탓하는 식의 언급을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이 대북 제재 이행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 국제사회의 제재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표출해 왔다.
여기에 더해 대북 압박의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해온 유엔 안보리 제재 카드 역시 중국의 비협조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난제에 직면한 셈이 됐다.
직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빈번하던 2017년만 한 해도 세 차례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최대 압박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미국 등 서방의 요구로 열린 안보리 회의는 가장 낮은 수준인 '언론 성명'도 내지 못하고 끝나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대중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 문제만이라도 협력하자는 미국의 구상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오히려 중국 입장에서는 대북 영향력과 북중 관계 개선을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역이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 국무부가 최근 북중 간 열차를 이용한 무역 재개에 대해 대북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중국의 제재 이행 역시 강조한 입장을 낸 것은 북중 밀착이 비핵화 협상 재개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계심의 표현일 수 있다.
다만 핵·ICBM 모라토리엄이라는 봉인을 해제한 북한이 실행에 나선다면 중국도 태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
단거리 미사일이 아닌 핵과 ICBM 실험은 국제사회에서도 일종의 '레드라인'으로 여겨지는 만큼 중국 역시 대북 추가 제재를 거부할 수 없는 지경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의 초고강도 무력시위는 미국이 중국 견제 차원에서 밀어붙이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동맹 강화와 군사력 증강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고민을 만드는 지점일 수 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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