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위기 해결' 긴박한 외교전…21일 미·러 회담이 관건
우크라·러시아·독일·프랑스 '노르망디 형식' 4자회담 개최 요구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 러·우크라 정상에 중재 제의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쟁이 임박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막판 외교적 해결 노력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20일 독일로 이동해 국제 공조 방안을 협의한다.
21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 시나리오가 현실이 돼간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거듭 확인했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부 접경 벨라루스에도 병력을 집결하고 내달 중순 합동군사훈련을 예고하며 우크라이나를 압박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21일 열리는 미국과 러시아 간 제네바 협상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순방 과정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해 끈질긴 외교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 지도부와 회담한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공세를 막고 대화와 평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국방력 강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블링컨 장관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분쟁 해결을 위한 '노르망디 형식 회담' 재개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미국 지도부는 노르망디 형식 회담의 기능을 재개하려는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의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르망디 형식 회담은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한 우크라이나·러시아·독일·프랑스의 4자 회담을 일컫는다. 4개국 정상이 지난 2014년 6월 6일 프랑스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서 회동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한 것을 계기로 이렇게 불린다.
노르망디 형식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마지막으로 열렸다.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 돈바스 지역에서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 무력 충돌은 2014년부터 계속돼 오고 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양측의 교전으로 지금까지 1만3천 명 이상이 숨졌다.
노르망디 형식 회담 참가 4개국 정상은 2015년 돈바스 지역의 평화정착 방안을 담은 '민스크 협정'을 체결한 바 있으나,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은 이후로도 완전히 멈추지 않았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노르망디 형식 4자회담 개최를 제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분쟁 종식에 관해 구체적으로 합의할 때가 됐다"면서 "우리는 4개국 지도자의 새로운 회담에서 필요한 해결책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노르망디 형식의 회담은 유럽의 당사국들이 분쟁 해결을 주도하는 것으로 프랑스와 독일도 적극 지지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9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위기 상황에서 러시아와 직접 협상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노르망디 형식의 4자회담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EU 의장국으로서 프랑스의 전략을 설명하면서 "유럽은 자체적인 집단 안보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솔직한 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가 독일과 함께 노르망디 형식 회담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을 위한 서방과 러시아 간 협상에서 EU가 배제된 상황에서 나왔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도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을 위한 4자회담 개최를 촉구했다.
배어복 장관은 우크라이나·러시아 두 당사국에 더해 독일·프랑스가 중재국으로 참여하는 노르망디 형식 회담이 "사태 해결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분쟁 해결을 위한 중재에 나섰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변인은 "터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 완화를 위해 어떤 역할도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을 터키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과 러시아는 지난주 1차 연쇄 회동을 벌였지만, 양측의 첨예한 입장차만 확인하고 빈손으로 돌아섰다.
다만 양측은 1차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주장과 전략에 대한 탐색전을 마친 만큼 21일 협상테이블에서 진전된 내용을 논의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관측도 있어 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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