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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위, 독립·자율성 한계…총수 감시는 진일보"(종합)
이봉의 교수 지적…정용진 '멸공' 논란엔 "CEO를 넘어선 총수 리스크"
김지형 위원장 "이재용 최근 만나…총수 의지 의심하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삼성그룹의 외부 감시 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한과 업무가 삼성 주요 계열사들이 만든 협약에 종속돼 자율성과 독립성에 한계가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서울대 경쟁법센터장)는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기업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준법감시) 개선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삼성 준법위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대기업 컴플라이언스 제도 현황을 공유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 교수는 '대기업집단 컴플라이언스의 특성과 발전 방향'에 관한 주제 발표를 통해 "삼성 준법위의 업무와 권한은 기본적으로 준법위에 참여하는 삼성 계열사 이사회가 만든 협약에 따른 것이고, 협약은 언제든지 개정할 수 있다"며 "(준법위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한계가 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계열사 이사회가 준법위의 탄생부터 성장·발전·소멸까지 사실상 모든 것을 정하고 업무와 권한, 예산까지 결정할 수 있다"며 "(준법위의 자율성·독립성은) 결국 총수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준법위의 준법 감시 대상이 계열사 임직원뿐 아니라 최고경영진과 총수도 포함된 점은 컴플라이언스 측면에서 진일보한 부분"이라며 "지배주주와 최고경영진에 대해 준법 감시를 얼마나 실효성 있게 할 수 있는지가 평가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내 컴플라이언스 제도가 개별 기업 단위에만 있을 뿐 기업집단 차원에서는 미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멸공' 해시태그로 논란을 일으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 대해서는 "신세계그룹의 총수가 아니라 대표이사가 이런 일을 벌였다면 사전에 조치가 있었을 것"이라며 "CEO를 넘어선 총수 리스크를 잘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기업집단 차원의 컴플라이언스를 어떤 형태로든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집단 컴플라이언스는 계열사 간 거래관계 투명화와 총수, 계열사 최고경영자에 대한 준법 감시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배주주·기업집단의 위법행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배주주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와 사익추구를 가능하게 하는 복잡한 지분구조'를 꼽았다.
정 교수는 "장기적으로 지배구조 단순화와 이사 지위 강화를 바탕으로 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기업집단 차원의 컴플라이언스를 구축하는 법적 근거를 공정거래법에 마련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지형 준법위 위원장을 비롯해 차기 위원장인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기업 컴플라이언스 실무자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토론회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곧 임기를 마치게 돼 송별 자리로 (이재용 부회장을) 최근 만났다"며 "저 때문에 힘든 부분이 있었으면 이해해달라는 취지로 말했고, 이 부회장은 '고생하셨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 부회장의 기업집단 컴플라이언스 준수 의지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며 "제가 느끼기로는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이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찬희 차기 위원장은 "준법위가 독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우리 사회 여러 기업의 준법경영 모델을 제시하도록 노력하겠다"며 "2기 준법위 과제와 관련해 조만간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 준법위는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을 주문한 것을 계기로 2020년 2월 출범했다.
준법위는 외형상 삼성의 지시를 받지 않는 독립조직으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028260], 삼성SDI[006400], 삼성전기[009150], 삼성SDS, 삼성생명[032830], 삼성화재[000810] 등 7개 주요 계열사가 협약사로 참여하며 준법위의 감시를 받고 있다.
kc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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