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예민한 이탈리아 경찰, 분홍색 마스크 보급에 '술렁'
경찰 노조위원장, 수뇌부에 항의서한…"정복에 맞는 색상으로 달라"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경찰 조직이 난데없이 마스크 색깔 논란으로 술렁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베네치아·볼로냐 등 6개 시 경찰청에 한국의 KF94에 해당하는 FFP2급 '분홍색' 마스크가 보급되자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남색 정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색상의 마스크가 일괄 보급됐다는 취지다.
해당 마스크는 이탈리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정부 산하 코로나19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보낸 것이다.
정부의 방역 정책을 실행에 옮기는 이 조직은 각 공공기관에 규격에 맞는 마스크를 보급하는 역할도 한다.
이탈리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현재 실내·외를 막론하고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돼있다. 대민 지원·질서 유지 등을 담당하는 경찰관도 예외 없이 마스크를 써야 한다.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가 복장의 필수 요소가 된 상황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색상의 마스크가 보급되면서 경찰 내부에서 볼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탈리아인 특유의 '패션 감수성'이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내부에서는 심지어 '경찰의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자 경찰노조가 직접 대응에 나섰다.
스테파노 파올리니 노조위원장은 람베르토 잔니니 경찰청장에 항의 서한을 보내 경찰에 분홍색 마스크를 보내기로 한 당국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서한에서 이번 일이 분홍색에 대한 편견 때문이 아니라 경찰 정복에 대한 존중에서 기인한 것이라면서 "경찰 선서에 따라 복장은 소속 기관에 대한 예의와 존경을 갖춰 착용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분홍색 마스크는 정복과 맞지 않을뿐더러 조직 이미지를 희화화할 수 있다면서 마스크 색상을 흰색이나 옅은 푸른색 혹은 검은색으로 즉각 교체해달라고 요구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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