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1년] ④ 일방통행서 벗어난 한미동맹…북미는 긴장모드
한미, 포괄적 동맹 진입하며 협력 확대…미, 대중견제 동참 독려
미 대화제의에 무력시위로 답하는 북…종전선언엔 한미 온도차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지난해 3월 17일, 미국의 외교안보 '투톱'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한국에 나란히 발을 디뎠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약 두 달 만에 미 국무·국방장관이 첫 순방지로 한국과 일본을 택한 것이다.
두 달여가 지난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첫 회담을 하고 공동회견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스가 요시히데 당시 일본 총리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백악관을 찾은 두 번째 정상이었다.
지난해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 장면들이다.
방위비 5배 증액을 압박하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흘리며 일방통행으로 동맹을 좌지우지하려고 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서 벗어나 새로운 협력시대를 열어 가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동맹을 '돈'으로 환산하고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워 예측불가 행보를 서슴지 않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 탓에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 사이에서는 미국을 계속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1년이 지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한미동맹 긴장 요인은 사라졌다.
작년 5월의 한미정상회담에서는 공동성명에 "한미관계의 중요성은 한반도를 훨씬 넘어선다"는 표현이 들어가며 포괄적 동맹으로의 변화를 예고했다.
한미동맹이 양국의 관계 강화와 북핵 대응 공조에 머물지 않고 바이든 행정부가 초점을 맞추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공동대응으로 확장되는 길목에 들어선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실제로 대외전략의 초점을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두고 대중 견제의 고삐를 당기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동참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작년 9월 미국이 호주에 대한 핵추진 잠수함 보유지원까지 약속하며 영국·호주와 결성한 안보 동맹 '오커스'는 대중 공조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공개 대담에서 오커스를 '개방형 구조'로 지칭하며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의 참여를 거론한 것은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
경제·군사·신기술 등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 첨예한 경쟁을 벌이는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공조 요구 수위를 점점 높여갈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미국과의 동맹을 한층 심화하며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강화할 계기가 될 수 있다. 그 대신 중국과의 갈등 요인으로 작용해 외교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미중 사이에 있는 한국 정부로선 한층 더 전략적이고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지난 1년간 북한과는 이렇다 할 진전도, 상황 악화도 없는 듯했다.
그러나 새해 들어 북한이 국방력 강화를 앞세워 무력 시위에 돌입하면서 북미관계가 도발행위와 제재가 악순환하는 긴장모드로 다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시험발사를 연속 감행하자 미국이 대북제재 카드를 꺼내 들고 북한이 다시 미사일 발사에 나서는 등 '꼬리물기'식 상황 악화가 재연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과 우크라이나 침공 기미를 보이며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려는 러시아, 순탄치 않은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 등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북한의 이러한 행보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일단 미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대처에 모든 적절한 수단을 쓰겠다면서도 외교와 대화에 토대를 둔 대북정책의 원칙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이 2월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라는 '잔치'를 앞둔 마당에 한반도의 긴장을 한껏 격화시켜 재를 뿌리는 상황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부담스러울 수 있어 상황 악화가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4월 말 대북정책 검토를 마무리하고 트럼프 행정부식 '일괄타결'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식 '전략적 인내'도 아닌 실용적 외교를 모색하겠다며 대화를 손짓했으나 교착을 타개할 단초는 마련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로 압박하며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에 기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작년 9월 유엔 총회를 계기로 제안한 종전선언 구상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온도차를 보이고 북한도 반응하지 않으면서 눈에 띄는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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