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여권, 투표권 확대법 처리무산 위기…바이든도 "확신 못해"
하원서 관련법 처리 후 상원 이관…공화 반발로 상원 통과 힘들어
민주, 공화 우회할 규정 변경 추진하나 당내 반대에 가로막힐 듯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새해 들어 미국 정치권의 최대 쟁점은 투표권 확대법안 처리 문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역점 추진한 인적 인프라 예산안이 뒷전으로 밀려난 인상이 들 정도로 투표권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전이 연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 하원은 13일(현지시간) 투표권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처리해 상원으로 넘겼다.
공화당의 반대 속에 찬반 220대 203명으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한 것이다.
이 법안은 기존의 투표자유법과 '존 루이스 투표권 증진법'을 하나로 묶은 것으로, 하원이 지난해 이들 두 법안을 처리했음에도 상원에서 공화당의 반대로 가로막히자 또 다른 형태의 법안을 처리한 것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흑인 민권운동 지도자인 고(故) 마틴 루서 킹 주니어(MLK) 목사 기념일인 17일 이전 이 법안의 표결을 추진할 방침이지만 전망은 어둡다.
공화당이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절차인 필리버스터를 도입하면 민주당은 최소한 60명을 의원을 확보해야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하지만 상원은 민주당(친민주당 무소속 포함)과 공화당이 50석씩 분점하고 있어 공화당에서 이탈표가 없으면 60명 확보는 요원하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는 공화당의 필리버스터 전략에 맞서 필리버스터 규정 자체를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필리버스터 종결에 필요한 의석수를 60석이 아니라 단순 과반으로 낮추면 민주당은 공화당 의원을 '포섭'할 필요없이 집안단속만 잘하면 자력으로 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필리버스터 종결 요건을 단순 과반인 51석으로 낮추는 것을 '핵 옵션'이라고 하는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대법관 인준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공화당이 활용한 적이 있다.
이는 상원의 타협 전통을 무너뜨리는 극약처방처럼 여겨지지만, 투표권 확대 법안 처리에 다급해진 민주당이 이 카드를 검토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조차 필리버스터 규정 변경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친정인 민주당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통과 전망은 높지 않다.
'여당 내 야당'으로 불리는 조 맨친을 비롯해 커스틴 시네마 상원 의원 등 2명은 이 규정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
또 존 테스터 등 민주당의 다른 일부 상원 의원들도 투표권 법안 때문에 필리버스터 규정을 변경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민주당은 부통령의 캐스팅보트까지 포함해 51석인 상황인지라 당 내부에서 한 명이라도 이탈자가 생기면 규정 변경은 물 건너간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상원 의원들과 한 시간 이상 면담하며 투표권법안 처리 문제를 논의했지만 통과가 어렵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그는 "나는 이 일을 끝내길 바라지만 확신하지 못한다"며 첫 번째 시도가 무산되더라도 또다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은 이 발언에 대해 법안 통과가 어렵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내놓는다.
여권이 의회 구조상 처리가 힘든 투표권 확대 법안에 대해 총력전을 펼치는 것은 지지층을 달래고 결속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공화당이 주도한 주에서 만든 투표권 관련 주법은 주로 흑인이나 라틴계 등 유색인종의 투표를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민주당의 지지층이기도 한데,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이 그간 투표권 확대 법안 처리를 위한 여권의 노력을 촉구해온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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