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왕, 앤드루 왕자 군 직함 박탈…'전하' 호칭도 삭제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으로 미국에서 민사재판 받게 되자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으로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된 차남 앤드루 왕자의 군 직함 등을 박탈했다.
영국 왕실은 1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여왕의 승인과 동의에 따라 앤드루 왕자(요크 공작)의 군 직함과 왕실 후원자 자격 등이 여왕에게 반환됐다"고 밝혔다.
왕실은 "앤드루 왕자는 민간인으로서 재판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왕실 관계자는 또 앤드루 왕자가 '전하'(His royal highness)라는 호칭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모든 역할은 왕실 다른 가족들에게 분배된다.
앤드루 왕자는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으로 미국에서 민사 재판을 받게 됐다.
전날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이 민사소송을 기각해 달라는 앤드루 왕자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앤드루 왕자는 2001년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당시 17세이던 미국인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엡스타인은 2009년에 50만달러(약 6억원)의 합의금을 주프레에게 줬는데 앤드루 왕자 측은 이때 합의문에 '잠재적으로 피고가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개인과 단체'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조항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 기각을 요구했다.
민사소송 개최가 결정되자 이날 오전 영국 군 출신 인사 150여명은 여왕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에서 앤드루 왕자가 군 직함을 유지하는 데 분노한다고 밝혔다.
앤드루 왕자는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뒤 2019년에는 여왕과 상의를 거쳐 왕실 일원으로서 모든 공식 임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듬해 딸인 베아트리스 공주가 결혼할 때 공식 결혼사진에서도 빠졌다.
이번 결정은 여왕이 '가장 아끼는 자녀'로 불리곤 하던 차남에게 드디어 인내심을 잃었음을 시사한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왕실 언론담당 비서를 지낸 디키 아비터는 "여왕이 매우 슬퍼하고 있겠지만 실용적인 사람이기도 하다"며 "이건 왕실의 이해 보호와 관련된 문제"라고 말했다.
올해 여왕 즉위 70주년 행사를 앞두고 스캔들로 왕실 전체가 굴욕을 겪는 일을 피하려는 것이다.
찰스 왕세자와 윌리엄 왕세손 등을 포함해서 왕실 인사들이 장시간 논의한 결과라고 텔레그래프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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