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전투기 추락, 중국군이 벌이는 소모전의 효과"
홍콩언론 "중국군 잇단 무력시위로 대만 공군 피로 증가"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대만 최신형 전투기 F-16V의 최근 해상 추락 사고는 중국군의 잇단 공중 무력시위에 대응하는 데 따른 대만 공군의 피로와 조종사 훈련 문제를 시사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11일 오후 대만 서남부 자이(嘉義) 기지에서 이륙한 F-16V 전투기 한 대가 인근 해상에 추락했다.
당시 사고 전투기는 해상 사격장에서 가파른 각도로 목표에 접근하면서 모의 공대지 사격 훈련을 진행 중이었다고 대만 공군은 밝혔다.
대만 공군은 조종사가 통신이 두절된 채 비상 탈출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사고 해역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시 조종사는 스피커를 켠 상태로 비행 중이었는데, 일부 군 전문가들은 그가 스피커 버튼을 속도 저감 버튼으로 착각해 누른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스피커를 켜둔 탓에 본부와 통신이 두절됐다는 것이다.
사고가 난 F-16V는 대만 공군이 보유한 최신형 전투기로 1990년대 초반 도입된 구형 F-16 A/B를 성능 개량한 기종이다.
대만 항공사인 한샹(漢翔)이 미국 록히드마틴과 협력해 총 141대의 F-16 A/B를 F-16V로 개조하는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대만 공군은 작년 11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참석한 가운데 자이 기지에서 우선 성능 개량을 한 F-16V 64대의 실전 배치 행사를 열었다.
대만 공군이 F-16V 전력화를 선언하고 나서 이 기종과 관련한 사고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캐나다에서 발행되는 군사전문 매체인 칸와디펜스리뷰의 안드레이 창 편집장은 "대만 공군 훈련 프로그램과 기준이 F-16 개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며 "F-16V는 성능이 매우 개선된 기종으로 기존 공대지 모의 훈련과 같은 기본적인 훈련은 이 기종을 조종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만 해군사관학교 교관 출신 군사전문가 루리시(呂禮詩)는 과거 대만 공군 사관후보생들은 비행시간이 100시간 이상 넘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구매하려는 전투기가 증가하면서 지금은 해당 기준에 맞는 가용 조종사가 부족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아직 경험이 부족한 젊은 조종사들이 이번과 같은 훈련에 투입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관후보생들은 F-5E 같은 오래된 기종을 모는데, 이는 F-16V와 매우 다른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부연했다.
대만은 기존 F-16 A/B 전투기를 성능개량하는 사업과 별도로 미국에서 새 F-16V 66대를 구매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학대학원의 벤호 교수는 지난 1년간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을 포위하는 비행을 늘린 것이 대만 공군을 지치게 만들고 정비태세 수준을 낮췄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대만 자유시보는 대만 국방부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군이 239일에 걸쳐 군용기 961대를 대만 ADIZ에 진입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때마다 대만군은 초계기 파견, 무선 퇴거 요구, 지상 방공 미사일 추적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호 교수는 "이번 추락 사고는 지난 2년간 일어난 6번째 사고"라며 "이는 대만 공군 내 조직적 문제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군은 이번 사고를 보면서 이미 분투 중인 대만군에 더 압력을 가하기 위해 대만 포위 비행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마카오 군사전문가 앤서니 웡은 "이번 전투기 추락은 대만 공군을 지쳐 떨어지게 하려는 중국의 소모전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장(장관)은 "(중국 군용기의) 거의 쉬지 않는 침범으로 최근 상황이 특히 암울하다"며 "중국의 의도는 우리를 서서히 지치게 하려는 것이며 '우리에게 이런 힘이 있다'고 알려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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