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외교 담판…'은여우' 등판에 우크라 사태도 풀릴까
BBC, 美 협상팀 이끄는 백발의 외교전문가 셔먼 부장관 조명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 담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측 협상단을 이끄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고 BBC방송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셔먼 부장관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교관으로 꼽힌다"며 "미국은 협상을 통해 러시아와 유럽의 대치 상태를 해소하길 원하는데, 그 분야에서 셔먼 부장관은 '물 만난 고기'"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긴장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 회동하고 있다.
셔먼 부장관은 자국 협상팀을 이끌고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 주재 미국 대표부에서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차관 등 러시아 대표단과 7시간 30분에 걸친 마라톤회담을 했다.
12일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계자들과 함께 다시 러시아 측과 담판을 벌인다.
러시아는 나토가 러시아 쪽으로 더 동진(東進)하지 않겠다는 미국 측의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점도 미국이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장은 미국·러시아 모두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교착 상태다. 셔먼 부장관은 제네바에서 회담을 마친 후 취재진에게 "우리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고 회담장 분위기를 전했다.
BBC는 "유럽에서 대규모 전쟁이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셔먼 부장관 특유의 협상 기술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72세인 셔먼 부장관은 특유의 백발과 능수능란한 협상 스타일 덕분에 외교가에서 '은여우'로 불린다. 까칠한 성격도 워싱턴 정가에서 유명하다고 한다.
그는 빌 클린턴 정부 당시 북한의 핵개발 중단 협의 과정에 참여했고,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는 이란과의 핵 협상을 이끌었다. 2015년 이란과 이른바 P5+1 국가(미·러·중·영·프·독)의 핵협상 최종 타결을 주도한 인물이 셔먼 부장관이다.
'여우'라는 별명은 셔먼 부장관과 협상장에 앉았던 이란 측 인사들이 붙였다고 BBC는 전했다. 이란 입장에서는 셔먼 부장관의 협상술에 막혀 좀처럼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터키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제임스 제프리는 셔먼에 대해 "매우 빠르고 강렬한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특유의 단정한 모습도 트레이드마크다. 영국의 한 외교관은 셔먼 장관의 단정한 모습에 대해 "머리카락 한 올도 삐져나오지 않는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그는 남성 위주의 국제 외교 무대에서, 특히 남녀 간 교류가 엄격하게 제한되는 이란과의 외교 담판에서도 여성이라는 점이 협상의 장벽이 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으로서 힘들었던 점을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내가 더 강한 모습으로 밀어붙이고, 때론 자제력을 잃는 모습을 보이면 상대에게 더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며 "상대방이 전혀 예상 못했을 모습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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