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운' 걸린 협상서 발언권 없는 우크라…"러와 독자 협상 모색"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우크라이나가 자국의 명운을 두고 진행되는 미국과 러시아 등의 협상에 제대로 된 발언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독자 논의를 모색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논의를 위해 9일 실무 만찬을 시작으로 10일 논의를 이어간다. 12일에는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13일엔 러시아와 범유럽 안보협의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간 회담도 예정돼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며 지난주 양국 정상 간 통화도 이뤄졌다.
하지만 나토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는 OSCE 회담에만 참석할 수 있고, 이런 제한적인 역할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NYT는 평가했다.
게다가 이번 주 일련의 회담이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미국도 실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때 군사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와 자체 협상에 조용히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지낸 코스티안틴 옐리시예프는 자국이 사실상 러시아의 '인질'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문제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모든 유럽에 관한 것이지만 러시아는 미국에 논의를 제안했다"면서 "이것은 '구소련 지역을 러시아에 남겨두고 다른 곳에서는 원하는 대로 하라'는 식"이라고 평가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지난주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 없이 우크라이나 관련 결정을 내리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타국간 협상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피하고자 지난달 말 러시아와의 별도 외교적 논의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구체적으로 러시아와 3단계 신뢰 구축 방안 등 10가지 계획을 러시아 측에 제시했다.
크림반도 합병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정부군과 친러시아 성향 분리주의 반군 간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이 제안은 양측이 휴전과 포로 교환, 민간인 접경 통과지역 개설에 이어 양국 정상간 대화 등 정치적 문제 논의로까지 나아가자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분리주의 지역의 자치를 인정하고 일부 권력을 이양하는 법안을 자국 의회에 제출하는 방안도 마지막 계획에 포함했다.
러시아 측은 이에 대해 자치지역의 자국 대리인이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나토 가입 등 외교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는 나토 동진을 반대하는 러시아 측의 요구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서구 외교가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제안에 대해 다양한 해석 가능성이 열려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자국의 나토 가입에 대한 거부권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NYT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직접 협상의 성공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자치권과 관련한 협상 의사와 서방과 러시아 간 중립 수용 의사까지 내비칠 경우 우크라이나 내부에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런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측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고 있고 친러시아 매체들은 이에 대해 '러시아 민족주의의 승리'로 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