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검은돈 세탁소?…카자흐 전 대통령 일가도 8천600억 보유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카자흐스탄을 30여년간 사실상 통치해 온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과 그 가족·측근 등이 영국 런던에 거액의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가디언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싱크탱크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 '영국의 부정축재 정치 문제'에서 카자흐스탄 지도층 인사들이 영국 내에 5억3천만 파운드(약 8천600억원)어치의 부동산 34곳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쓴 존 헤더쇼 엑서터대학 교수는 "해당 부동산 대부분이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일가나 지도층의 고위 측근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딸 다리가 나자르바예바와 손자 누랄리 알리예프가 8천만 파운드(약 1천3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실이 2020년 공개된 바 있다.
영국 국립범죄청(NCA)은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 3건에 대해 자금 출저를 밝히기 위한 절차를 밟았으나, 법원에 의해 저지당한 바 있다. 당시 해당 부동산 구입 자금이 범죄에 연루됐다고 입증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사위인 티무르 쿨리바예프도 영국 앤드루 왕자의 신혼집을 1천500만 파운드(약 245억원)에 구매했다.
카자흐스탄 출신 인사들의 이런 대규모 부동산 매입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원유·우라늄 생산국인 카자흐스탄은 막대한 부를 자랑하는 거부가 많지만, 전체 인구의 5%가 빈곤한 상태일 정도로 빈부격차가 극심하다.
최근 카자흐스탄 전역에서 발생한 격렬한 시위도 '빈자들의 연료'로 불리는 LPG 값이 폭등한 것이 핵심 기폭제였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2019년 현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권력을 넘겨줬지만, 이후에도 여전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30여년간 사실상 카자흐스탄을 통치하고 있다. 시위대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을 겨냥, '노인네는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 때문에 세계 중심 금융시장 중 하나인 영국 런던은 각국 독재자들의 부정 축재 자금을 세탁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부정축재 자금 이동을 분석한 책 '머니랜드'의 저자 올리버 벌로는 "카자흐스탄의 시위 사태는 자국 자산이 아무런 방해 없이 해외로 흘러나가는 데 대한 대응 성격도 있다"며 "그런 자산의 주요 행선지 중 하나가 런던"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이에 자국 내 부동산을 보유한 해외 소유주의 신원[009270]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돈세탁을 방지하고 자산 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소유주 공개하는 법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다만 투명성을 확보하면서도 정당한 거래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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