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먼저 살리나"…美, 확진자 급증에 의약품 부족 사태
코로나19 중증 예방·치료용 약제 부족 심각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치료할 의약품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의료진이 투여 대상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먹는 치료제와 항체치료제 등 선택지는 늘었지만 오미크론 변이에 효과가 있는 약제의 공급은 제한돼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전국 보건 당국자와 의료진이 약을 누구에게 먼저 투여해야 하는지를 두고 곤란한 처지에 몰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일부 병원에서는 공급된 약제가 이미 바닥났고 일부는 보유량이 수십 명분밖에 남지 않았다.
미시간주 최고의료책임자 나타샤 배그다사리언 박사는 "치료제가 앞으로 수 주간 코로나에 걸릴 모든 사람에게 제공할 만큼 충분치 않다"면서 "당장 치료제를 받아야 할 사람 모두에게 치료제를 줄 수 방법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팬데믹이 시작된 후 의료 장비나 의약품 공급 부족은 전혀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초기에는 산소호흡기와 보호장구 등이 부족했고, 이어 의료진은 항바이러스 치료제 렘데시비르와 항체치료제 부족으로 입원 환자에게도 이들 약제 사용을 제한해야 했다.
현재는 오미크론 변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클락소스미스클라인의 단일클론 항체치료제와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공급이 특히 부족한 상황이다.
항체치료제는 3가지가 주로 사용됐으나 가장 널리 사용되는 2가지가 오미크론 변이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항체치료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가을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공급할 수 있는 최대량인 45만 회 치료분을 주문했지만 이미 상당량이 소진됐고 일부 주에는 아직 공급되지도 않았다.
피츠버그대학 메디컬센터는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기 전 3가지 항체 치료제를 매주 2천∼3천 명에게 처방했으나 현재는 400∼800명으로 줄였다.
이 병원 약사 에린 매크리어리는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가장 면역체계가 가장 심하게 손상된 환자를 위해 약을 아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정말 어렵다"고 토로했다.
연방정부가 주 정부에 중증 예방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확인된 팍스로비드를 공급하면서 주 보건 당국마다 약의 공급 방법과 처방 대상 등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있으나 초기분이 공급된 지역에서는 벌써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텍사스주에 사는 패트릭 크레이튼은 지난 3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당뇨병으로 인해 중증으로 진행될 것을 우려해 다음 날 원격의료 의사에게 처방을 받아 팍스로비드 구매에 나섰다.
그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약국과 월마트 등 18곳에 문의했으나 팍스로비드를 구할 수 없었고 다음날 19번째로 찾은 다른 월마트에서 약을 살 수 있었다.
워싱턴대학은 운영 중인 3개 병원에 환자가 수천 명에 달하지만 현재 확보한 팍스로비드는 60명 치료분뿐이다. 이 약은 특정 항암화학요법 환자와 최근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다.
승인된 치료제 대신 비타민을 나눠주는 병원도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존스홉킨스대학은 치료제 부족과 코로나로 인한 의료인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충분치 않은 치료제를 어떤 환자에게 주는 게 좋을지 선별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지난 4일 팍스로비드 주문량을 기존 1천만 명분에서 2천만 명분으로 늘리는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당장 팍스로비드나 항체치료제를 확보하지 못한 병원은 이들 약제 처방 대상을 축소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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