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안서 심장병 발병 환자 제때 진료 못 받아 사망
산모 핵산검사 결과 기다리다 유산…"통제 과도" 불만 목소리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도시 전면 봉쇄 조치가 내려진 중국 시안(西安)에서 협심증 증상을 일으킨 사람이 제때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6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의 소셜미디어에는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숨진 협심증 환자의 사연이 올라왔다.
한 여성 네티즌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지난 2일 점심식사를 한 뒤 갑자기 협심증 증세를 일으켰다.
가족이 응급 구조 전화를 걸었으나 구급대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구급차를 보내지 않았다.
가족은 환자를 직접 병원으로 이송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시안에서는 민간 차량이 길거리에 나가는 것이 엄격히 통제돼 있어 차량 운행 승인을 받느라 많은 시간이 지체됐다.
환자가 진료받은 적이 있는 가오신(高新)국제의학센터에 전화해 치료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환자를 데려간 가족은 병원 문 앞에서 '중위험 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보안요원에게 제지당했다.
가족은 길거리에서 경찰차를 붙잡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관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외면했다.
가족은 여러 병원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환자를 받을 수 없다거나 진료할 형편이 아니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어렵사리 다시 가오신국제의학센터와 연락이 돼 당직의사에게 환자를 데려갈 수 있었지만, 시간은 이미 오후 10시가 지나서였다.
환자는 협심증 증상을 보인 지 8시간 만에 수술대에 올랐으나 이튿날 새벽 숨졌다.
의사는 "발병 2시간 이내에 치료약만 복용했어도 생명을 구할 수 있었는데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오후 8시께 시안에서 한 산모가 복통 때문에 병원을 찾았으나 핵산검사 음성증명서가 없어 진료를 받지 못했다.
핵산 검사를 받고 병원 문 앞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이 산모는 2시간 뒤 유산했다.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자 시안시는 6일 "심각한 사회적 영향을 끼쳤다"며 병원장을 정직 처분하고, 외래 진료과장 등 책임자들을 해임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에는 병원 진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과도한 봉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리랜서 기자 장쉐(江雪)는 웨이보에 올린 '장안(長安·시안의 옛 명칭) 10일-나의 봉쇄 열흘 일기'를 통해 "승리뿐이라는 말은 입바른 소리요, 틀에 박힌 말이고 빈말"이라며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 때문에 많은 시민이 고통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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