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쇼핑, 정책변경 공지 하루만에 바꿔치기…입점업체 혼선
입점업체 "교체된 공지 못 봐 피해" vs 네이버 "정책에 차이 없어"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네이버쇼핑이 최근 정책변경 공지문을 게시했다가 하루만에 이를 슬그머니 '바꿔치기'해 입점업체들이 혼선을 겪었다.
네이버는 내용상 실질적 차이는 없다고 주장했으나, 일부 업체는 일방적인 공지 변경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에 신고하는 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6일 정보기술(IT)업계 등에 따르면 네이버쇼핑은 지난달 8일 상품페이지에 여러 상품을 등록하는 '모음전' 상품에 대한 대응정책 변경을 안내하는 공지를 냈다.
"판매활동에 불편을 겪는 판매자 의견을 수렴해 (모음전 상품페이지) 옵션 관련 기준을 완화할 예정"이라고 당시 네이버쇼핑은 설명했다.
네이버쇼핑의 쇼핑몰 솔루션 스마트스토어에 게시된 '모음전 상품 대응 정책 변경 안내' 공지에는 정책 변경후 '옵션에 가격이 같은 본품의 (색상, 사이즈 등) 세부속성만 등록된 경우 포괄적인 본품명을 상품명에 표기 가능' 등 문구가 포함됐다.
네이버쇼핑은 변경된 정책을 공지 당일 바로 적용한다며 집중 모니터링을 진행해 기준 위반시 상품을 삭제하고 클린 프로그램을 적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지를 열람한 일부 입점업체는 가격과 사이즈가 같다면 옵션 첫 줄에 등록되지 않은 상품도 포괄적 상품명으로 등록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해 상품명을 바꾸기도 했다.
그러나 네이버쇼핑은 불과 하루만인 지난달 9일 정책변경후 관련 내용 중 상당히 많은 부분을 바꿔 버렸다. 게다가 공지문 제목과 작성일자는 그대로 둔 채로 슬그머니 바꿔 버린 탓에 혼란이 가중됐다.
'포괄적인 본품명을 상품명에 표기 가능'이란 문구 등이 사라졌고 '여러 옵션을 표기하거나 포괄하는 명칭 사용 불가'라는 문구 등이 새로 포함됐다.
네이버쇼핑은 공지문 하단 FAQ(자주 나오는 질문)에서 최초 공지한 내용과 실질적인 정책 차이는 없으며 공지 이후 판매자들의 문의에 대응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나 혼동하기 쉬운 표현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입점 업체들은 네이버쇼핑이 상품명 표기 정책을 공지한지 하루만에 일방적으로 바꾼데다가 제목 등에 별도 표시조차 하지 않아 혼선을 초래했다며 '갑질' 행위라고 비판했다.
'판매 회원의 서비스 이용과 관련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우편, 전화번호, 주소, 로그인 시 동의 창 등 수단 중 2개 이상 방법으로 통지한다'는 이용약관 조항을 두고도 '[중요]'로 표시한 공지를 스마트스토어에만 게시한 것이 약관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정책변경을 공지했으면 입점업체가 인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줘야 한다"며 "별도 표시 없이 공지내용을 다시 변경했으면 두 번의 혼란을 주는 것이므로 온전히 네이버쇼핑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김은정 간사는 "플랫폼 전반에서 제기되는 문제 중 하나가 정책변경을 게시판 공지만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네이버쇼핑이 추가 공지를 게시하지 않고 (내용을) 덮어쓰기 했다면 입점업체들이 다시 확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첫 공지만 보고 상품명을 변경했다가 정책 위반으로 제재받는 등 피해를 봤다고 하소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쇼핑에서 마스크를 판매하는 소상공인 이모씨는 "1년 6월간 구매·배송·응답 모두 우수한 '굿서비스 스토어'였는데 정책변경 공지를 보고 상품명을 바꿨다가 옵션 등 가격기준 위반으로 판매가 차단됐다"며 "네이버쇼핑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규정 준수를 요구하고 정상 판매 중인 기존 상품에도 소급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네이버가 공지내용을 무단으로 바꿔치기해 야기된 피해지만 책임을 판매자에게 돌리려 하고 있다"며 불공정거래와 문서손괴, 업무방해 등 혐의로 네이버 본사를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에 신고했다.
네이버쇼핑은 지난달말 이씨에게 보낸 답신에서 모음전 정책 변경으로 혼선과 불편을 준 점에 대해 사과하고 공지, 정책 내용 작성에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씨가 지난달 8일 공지를 잘 못 해석했을 뿐, 지난달 8일과 9일 공지간 실질적인 정책 차이가 없다며 보상은 하지 않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정책 변경의 핵심은 '상품명을 쓸 때 첫 번째 옵션만 표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지난달 9일 공지는 직관적인 표현과 예시를 더 해 이해하기 어려운 전날 공지를 풀어 쓴 것으로, 정책의 추가 변경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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