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 늘어도 내국인 고용 감소 없어…소통직무로 이동"
한은 보고서…"2010∼2015년 분석, 코로나19 영향 반영 안돼"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국내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면 내국인이 일자리를 잃기보다는 소통 업무가 중심인 직무로 이동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미시제도연구실 김혜진 부연구위원은 5일 '외국인 유입이 내국인의 직무특화에 미치는 영향'(BOK 이슈노트)에서 "외국인 유입이 내국인의 고용과 임금뿐만 아니라 직무구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분석 결과를 보면 한 지역의 전체 인구 중 외국인 비중이 1%포인트(p) 증가할 때마다 소통직무의 공급량은 육체 직무와 비교했을 때 0.393%씩 늘었다.
외국인의 비중이 1%포인트 늘었을 때 육체직무 일자리 수가 1만개라고 한다면 소통직무의 일자리 수는 1만39개로 늘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외국인은 한국어 능력이 부족해 육체 직무에 상대적 우위를 가진다"면서 "이 때문에 외국인 유입이 늘면 내국인은 자신들이 우위에 있는 소통직무로 이동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내국인이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외국인 근로자와 경쟁할 때 언어능력에서 미세하게나마 우위를 보이면 소통직무에 종사하는 데 확실히 더 유리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외국인 유입이 늘어남에 따라 소통직무로 옮겨가는 효과의 크기는 남성(0.229%)보다 여성(0.552%)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여성의 경우 근속연수가 남성에 비해 짧아서 기업에 특화된 인력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적다"면서 "그렇다 보니 육체 직무에서 소통직무로 전환하는 비용이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미국과 유럽 등 전통적인 이민자 수용 국가에서 발견됐던 현상에 국내 노동시장에서도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면서 "언어능력과 노동시장에 대한 이해도 등의 차이가 있어 외국인 유입이 늘더라도 내국인 고용은 감소하지 않고, 육체 직무에서 소통직무로 배치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인구 중 외국인 비중은 2000년 0.5%에서 2015년 2.3%로 약 4배 증가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그는 이어 "이로 인한 생산성 향상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내국인 근로자의 기술향상을 위한 재교육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분석 결과는 2010∼2015년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 현황 자료를 이용해 도출한 것이어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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