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자영업] ③ "언제 문 닫을지 몰라…근본 생존책 모색해야"
초기 자본·인력 부담 작아 창업하지만…경쟁 심화에 생존율 낮아
"손실보상 중요하지만 지속가능 전략 필요…자영업 비중 줄여야"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2020년 10월 호남에서 유흥주점 영업을 시작한 장모씨는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유흥주점 집합금지 조치로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다.
장씨처럼 견디다 못해 폐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천만원의 권리금 회수와 대출금 상환 문제로 폐업 대신 휴업을 고민하거나 선택하는 자영업자도 적지 않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휴업이나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들의 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네이버의 자영업자 카페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최근 한 달 사이에 점포 3천여개의 매물이 올라왔다.
◇ 진입 장벽 낮은 자영업…생존력 약화에 고통 가중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 자영업자 폐업률은 11.3%로 2019년 12.7%보다 낮았다. 그 이유로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추락에도 정부의 금융지원, 폐업 시 손실보상 제외와 권리금 상실 우려, 다른 업종으로의 전환 어려움 등이 꼽혔다.
지금은 빚을 내고 버티고 있지만 매출 부진이 지속하고 손실보상 등 정부 지원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언제 문을 닫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자영업은 경쟁이 심해 생존율이 낮은 편이다.
통계청의 '2020 기업생멸통계'를 보면 자영업자 비중이 큰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의 5년 생존율은 각각 21.5%, 28.5%였다.
초기 자본과 인력이 덜 들어 창업은 쉽지만 중장기적인 생존 능력은 떨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생존 위협이 커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작년 9월 보고서에서 "자영업자 업종 가운데 생활밀접업종(도·소매, 숙박·음식) 비중이 43.2%에 달한다"며 "진입 장벽이 낮은 반면 수익성은 일반 산업을 밑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에도 2020년 전국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23만6천개로 2019년보다 9.5%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김밥·간이음식(18.5%), 한식(16.5%), 카페(16.4%), 피자·햄버거(14.9%) 등의 가맹점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보였다. 치킨 가맹점은 7.7% 늘었다.
프랜차이즈 외형은 커졌지만 가맹점당 연 매출액은 3억1천550만원으로 9.0% 감소했다. 한식당, 술집, 카페 매출은 영업 제한이나 금지 등 방역 강화 조치로 10% 이상 떨어졌다. 수익성이 낮은 만큼 생존 가능성도 작아지는 것이다.
◇ "자금 위주 지원 넘어 중장기 경쟁력 강화해야…고용구조 개편도"
코로나19 한파까지 몰아쳐 자영업자의 생존이 위협받는 만큼 단기적인 손실 보상책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최근 4분기 손실보상을 한 정부는 올해 1분기에는 손실보상금 500만원을 '선지급 후정산' 방식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소상공인 213만명에게 최저 연 1.0%의 금리로 총 35조8천억원을 공급하고, 폐업 소상공인 1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법률자문·철거비 지원 사업 등을 하기로 했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소상공인을 겨냥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온전한 손실 보상과 매출 회복 지원, 임대료 부담 완화 등을 제시하며 "내부적으로 100조원을 어떻게 지원할지 짜 놓은 것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대출금을 임대료·공과금 납부에 사용하기로 하면 정부 보증으로 3년 거치 5년 상환의 대출을 해주는 이른바 '한국형 반값 임대료 프로젝트' 구상을 밝혔다.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경제학과 명예교수)은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은 받은 자영업은 우리 경제의 취약한 부분"이라며 "손실액을 제대로 추산해서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중이 커 정부의 고민도 클 것"이라며 "자금 위주의 지원을 넘어서 교육과 컨설팅 강화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쟁력과 생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을 팽창시키는 산업·고용 구조를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50대 초반에 은퇴해 자영업을 선택하고, 젊은 층은 일자리가 없어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자영업에 쏠리지 않도록 4차 산업을 키우고 거기에 맞는 교육을 강화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노동 유연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정년에 얽매이지 않고 일하고 정규직과 계약직을 구분할 필요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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