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부 "핵전쟁 방지 5개국 공동성명 러시아 제안으로 채택"
NPT 회의 연기되면서 전격 발표…중·러-서방 긴장완화 기여 기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새해 연초 전격적으로 발표된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핵무기 보유 5개국 정상들의 핵전쟁 방지 공동성명은 러시아의 적극적 제안으로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공동성명 공개 후 "성명이 러시아의 제안과 러시아 대표들의 적극적 참여로 준비됐다"고 전했다.
공동성명은 당초 이달 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려던 제10회 NPT 검토 회의 개막과 함께 공표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 악화로 회의가 연기되면서, 5개국이 공동성명을 미리 공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크렘린궁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5개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핵무기 보유국 간의 전쟁 방지와 전략적 위험 저하를 우리들의 우선적 책임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또 "핵전쟁에서는 승자가 있을 수 없으며, 핵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된다는 점을 선언한다"면서 "핵무기 사용은 장기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는 핵무기가 존재하는 동안 그것들이 공격을 억지하고 전쟁을 예방하는 방어적 목적에 사용돼야 한다는 점도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정상들은 그러면서 "우리는 그러한 무기(핵무기)의 추가적 확산은 예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동성명은 소위 핵클럽으로 불리는 NPT 공인 핵보유 5개국이 함께 채택한 것이다.
이들 5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모두 1967년 1월 1일 이전에 핵실험을 마쳤다.
1970년 발효한 NPT는 핵클럽 멤버 5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금지하고, 핵보유국이 비핵보유국에 핵무기를 양여하는 것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날 핵전쟁 방지 공동성명은 러시아가 약 10만 명의 군대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으로 배치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보로 러시아와 서방 간 긴장이 최고로 고조된 시점에 나왔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 오는 10일 전략적 안정성 확보를 위한 미러 간 협상과 뒤이어 열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러시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러시아 간 협상을 앞둔 시점에 발표된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국제·지역 현안들을 두고 미국과 사사건건 대립해온 중국이 공동성명에 동참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일단 미러, 미중 간 극단적 대치 와중에 러시아·중국이 서방과 공동성명을 통해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긴장 완화와 대화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동성명은 또 현재 진행 중인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란은 지난 2015년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 등 6개국과 핵 프로그램을 동결 또는 축소하는 대가로 경제제재를 해제 받는 내용의 핵 합의에 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었다. 이란은 이에 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여왔다.
최근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이란이 참여하는 이란 핵합의 복원을 위한 8차 회담이 진행돼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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