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 적 앞에 손잡는 중·러…미국 "신경쓰이네"
"미국의 압박, 경쟁관계이던 중·러 결합시켜"
푸틴-시진핑, 지난 6년 간 30차례 이상 회동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경제적, 군사적 협력 강화에 나서자 미국이 국제역학 관계에 가져올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긴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경제협력과 공동 군사훈련, 무기개발 등의 협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국 군대는 작년 여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합동 군사훈련을 벌였다. 이들은 전투기와 잠수함, 극초음 무기 기술도 함께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이 워낙 정보 관리에 철저해 어느 정도로 협력 관계를 구축했는지 외부에서 평가하기 어렵지만, 서방의 당국자와 군사 전문가들은 그들이 예전보다 훨씬 가까운 관계가 됐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미국 정보 당국도 두 나라가 자국에 대한 공동 위협이 될 가능성에 오랫동안 회의적이었지만, 최근엔 일각에서 변화의 목소리가 감지된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60년 이래 가장 가까운 협력 관계를 형성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비영리 연구기관인 CNA의 러시아 군사 전문가인 마이클 코프만은 "그들은 원래 별개의 위협 요소다. 하지만 이젠 상호협력 관계로 인해 서로 연관돼 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지나친 확대해석을 하지는 않으려 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4천㎞ 넘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다, 중앙아시아와 인도, 북극 지역에서의 경쟁으로 완전한 협력 관계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미국이 두 나라의 영향력을 억누르려는 여러 조치를 내놓으면서 경쟁 관계였던 양국이 공동의 적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과 정보를 모으며 결합하게 만들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두 나라는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미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길 원하고 있으며, 이에 손을 맞잡으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작년 6월 "양국의 관계는 이전보다 더 광범위하면서 깊은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푸틴 대통령도 그들의 관계가 역사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붕괴에 맞서 고전하고 있던 작년 8월 중국과 러시아는 중국 북서부 닝샤에서 1만3천명의 병력과 전투기 등 첨단 무기가 투입된 공동 군사훈련을 벌였다. 이는 양국이 처음으로 공동 지휘 체계를 갖추고 진행한 훈련이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 관계를 강화한 것은 2014년부터다. 그해에 미국과 우방국들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이유로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수십년간 경제 발전에 주력하는 동안 러시아는 중국을 위한 주요 무기 조달국으로서 역할을 했다.
중국은 2014년 러시아로부터 S-400 대공방어 시스템을 수입하면서 양국 정상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됐다. 1년 뒤엔 중국이 러시아에서 Su-35 제트기를 들여와 미국 전투함에 대한 공격력을 높였다.
2019년 푸틴 대통령은 양국이 중국의 미사일 조기경보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년 뒤엔 러시아 공영 언론이 양국이 특급 기밀하에 잠수함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컴퓨터 칩 개발은 러시아에 서방의 제재로 인해 끊긴 군사 기술 개발의 길을 열어줬다.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소 주 펭 교수는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라며 "러시아와의 우호관계는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도구 중 하나"라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설로 미국과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해 우크라이나 침공 시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고, 이에 푸틴은 제재가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에 파열을 가져올 것이라고 맞섰다.
중국도 미국의 공격적인 외교 수사와 오커스 동맹 결성 등을 계기로 미국과의 강대국 경쟁을 공식화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작년 10월 "우리가 워싱턴 정계에 대해 싫어하는 것에 있어 모스크바와 베이징 사이에 상당한 공통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상호존중 의식이 부족한 워싱턴의 접근 방식을 싫어하지만 불간섭 원칙은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서로 닮았다"라고 말했다.
그즈음 러시아는 대만에 대한 오랜 모호성을 뒤로 하고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국은 군사적 측면만 아니라 무역과 기술교류, 에너지 협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6년간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30차례 이상 만났다.
작년 1~9월 양국의 교역량은 1천억 달러를 넘겼다. 3개 분기 만에 전년의 교역량을 전부 채운 것이다.
코프만은 "양 정상의 첫 대화는 두 국가가 연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라며 "하지만 이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수준의 연대 얘기가 나왔고, 이후엔 중요한 의미를 갖는 연대가 언급됐다. 이것도 오래 가지 않아 두 정상의 대화는 다음 단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간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미국은 양측을 이간질할 가능성에 주목하며 이를 조바심 내며 바라보고 있다고 일부 분석가들은 말한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이해와 상충한다.
또 러시아는 작년 10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관계를 단절했지만 중국은 유럽에 일대일로 계획을 추진해야 하기에 나토와 계속 협력하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는 중국과 오랜 견원관계인 인도의 주요 무기 수출국이기도 하다. 인도 역시 S-400 시스템을 수입했다.
ba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