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급속 확산' 호주, 코로나 검사 규정 완화
'밀접접촉자' 범위 축소…확진자 동거인만 PCR 검사
로이터 "전파력 높지만 중증도 약한 오미크론 특성에 베팅"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호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가 '밀접 접촉자'의 범위를 '동거인'으로 축소하는 등 코로나 검사 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오미크론 변이 등장 이후 코로나19 환자뿐 아니라 PCR(유전자증폭) 검사 수요가 폭증하면서 의료 대응 여력이 점차 바닥을 드러내자 '검사 건수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30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밀접 접촉자의 범위를 '확진자와 같은 가정에서 거주한 사람'으로 한정하기로 했다.
이 기준에 따라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은 7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지만, 증상이 있을 때만 PCR 검사를 받도록 했다.
격리 해제 시점까지 무증상인 경우 PCR 검사 없이 자가진단키트만으로 음성을 확인하고 격리에서 해제될 수 있다. 자가진단 검사에서 양성인 경우에는 PCR 검사로 다시 확진 여부를 판별하기로 했다.
당국은 또한 주 경계를 넘는 호주 국내 여행객의 PCR검사 의무도 완화하고, 확진자와 같은 장소에 있던 사람들의 PCR 검사 의무도 면제했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국무회의 후 "밀접접촉자가 아니고, 증상도 없다면 PCR 검사를 꼭 받을 필요는 없다"면서 "델타 변이 때 적용되던 원칙에 따라 국민 수십만 명의 사회생활을 막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이 정책에 대해 "전파력이 높지만, 중증도가 약한 오미크론의 특성에 베팅한 것"이라고 전했다.
호주에서 오미크론이 처음 발견된 한 달 전에는 일일 확진자 수가 1천200명 정도였으나 이날은 2만1천329명으로 거의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환자 수와 함께 접촉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진단검사소 대기 줄도 몇 배로 늘었다.
그러나 호주에서 현재 치료 중인 코로나19 환자 11만 명 가운데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는 중증 환자는 120명(0.11%)에 불과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폴 켈리 수석의료관은 "이것이 대규모 확진자 수에 대응하는 방법"이라며 "오미크론은 중증도가 덜하다는 사실이 이제 매우 분명해지고 있다. 사례가 늘어나면 의심의 여지가 더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오마 코시드 호주 의사협회장은 "오미크론은 (감염자가) 가족인지, 동료인지, 같이 술만 마셨는지, 엘리베이터만 같이 탔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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