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훈센, 아들로도 모자랐나?…"총리의 할아버지 될 것"
장기집권 속내…"퇴임 이후 72세 총리 연령제한법안 제안할 것"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36년째 장기 집권 중인 캄보디아 훈센(69) 총리가 끊임없는 '권력욕'을 내보이고 있다.
최근 장남을 사실상 차기 총리로 '낙점'한데 이어, 손주가 총리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공개적으로 하고 나섰다.
30일 영문 일간 프놈펜 포스트에 따르면 훈센 총리는 전날 국방부 신축청사 준공식 연설에서 "현재 나는 총리고, 2023년 후에는 나는 총리의 아버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2040년까지는 총리의 할아버지가 될 것이다. 두고 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오는 2023년 총선을 치른다.
크메르 타임스도 훈센 총리가 20년 후에는 자신의 손자 또는 손녀가 총리가 되기 위해 다른 정치인들과 경쟁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가족 모임에서 말했다는 점을 연설에서 상기했다고 전했다.
한편 훈센 총리는 연설에서 자신이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면 총리직을 72세까지만 수행할 수 있도록 연령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프랑스로 망명한 야당 지도자인 삼 랭시 전 캄보디아구국당(CNRP) 대표가 최근 총리 3연임 제한 및 총리직 70세 연령 제한을 요구한 데 대한 응답으로 보인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삼 랭시 전 대표는 훈센 총리 주도로 총리 등 고위직의 이중국적 보유를 금지하는 개헌안을 최근 통과시키자 잠재적인 미래 지도자들의 기회를 박탈했다며 비판한 뒤 이같이 요구했다.
훈센 총리는 지난 1985년 34세의 나이로 당시 세계 최연소 총리가 된 뒤 지금까지 집권해오고 있다.
그는 지난 2013년 총선에서 어렵사리 이긴 뒤 74세까지 통치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은 지난 24일 만장일치로 훈센 총리의 장남이자, 현재 캄보디아군 부사령관 및 합참 의장인 훈 마넷(44)을 '미래의 총리 후보'로 지명해 권력 승계를 가시화했다.
훈센 총리는 이달 초 공개 연설에서 선거를 통해서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아들이 후임 총리가 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일본의 아베 가문을 거론, "일본도 아베 신조 전 총리 가문과 같은 '왕조'가 있다"면서 "그의 외조부는 총리를, 부친은 외무상을 지냈다"며 자신의 발언을 정당화했다.
마넷은 2023년 총선 이후 훈센 총리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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