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속도 무섭지만 증상은 경미"…대응 전환 놓고 논란
'확산 막는 방역 강화 필요' vs '봉쇄 대신 백신접종.입원관리'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의 빠른 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낮은 중증 위험을 근거로 대응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과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가디언, AFP 통신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의 중증 위험이 델타 변이 등에 비해 낮다는 데이터가 쌓이면서 신규 확진자 수보다 입원률·백신접종률 등에 근거한 새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미크론으론 인한 위험이 여전히 '매우 높다'고 경고하는 등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강화 요구 목소리도 여전하다.
각국 보건 당국과 전문가 모두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는 게 사실상 어렵다는 데 큰 이견이 없다.
백신 접종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이스라엘의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는 현 상황에 대해 "우리는 그것(오미크론 변이)을 막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바이러스 확산속도가 너무 빨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의미로, 현재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고 있는 국가들에서 이에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
오미크론의 중증 유발 위험이 낮은 점을 근거로 확산 방지에 초점을 둔 봉쇄보다는 방역 수준을 낮추고 의료체계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대응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영국 정부의 생명과학 고문인 존 벨 옥스포드대 교수는 "오미크론은 1년 전 우리가 보던 것과 같은 질병이 아니다"라며 "1년 전 봤던 중환자실이 꽉 차고 많은 사람이 조기에 숨지는 끔찍한 장면은 이제 과거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최근 몇주간 입원이 증가했지만 증상은 이전 변이보다 가볍고 입원 기간도 짧은 것 같다며 산소 공급이 필요한 중증 환자는 줄었고 입원기간도 평균 3일로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무증상 확진자에 대한 격리기간을 종전 10일에서 5일로 낮추자 주정부들이 발빠르게 대응 전략을 바꾸고 있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방역을 강화하는 기존 방식 대신 백신 접종을 장려하고 입원률과 추가접종(부스터샷) 같은 요인을 점검하는 등 코로나와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공화)는 "확진자 증가에 따라 방역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 우리는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며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공화)도 "우리는 확진자들의 입원을 막아주는 백신의 위력을 보고 있다"며 이전까지 코로나19의 핵심 지표였던 확진자 수보다는 이제 입원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과 보건 당국은 그동안 코로나19 유행에서 확진자 증가 후 시차를 두고 입원과 사망이 늘어났고, 오미크론의 중증 비율이 낮아도 감염자 수가 크게 증가하면 여전히 병원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에서는 정부가 각종 행사와 모임이 많은 연말에 오미크론 확산을 막기 위한 추가 방역조치를 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사이먼 클라크 레딩대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통계 수치에는 크리스마스 연휴 상황이 반영되지 않는 등 완전하지 않다며 누구도 엄격한 통제 아래 살고 싶지 않겠지만 심각한 입원과 환자 대량 발생 등에 직면하면 정부가 일찍 조치를 하는 게 나았을 것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WHO도 이날 코로나19 주간 소식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우세종이 됐다며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전반적인 위험도는 여전히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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