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소고깃값 치솟아도 축산농가 망해가는 까닭은?
4대 정육업체 '독과점·이익 가로채기' 의혹
바이든, 물가안정·농가보호 위해 반독점 조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에서 소고깃값이 치솟지만 정작 축산업계에는 망조가 들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소고기 가격은 최근 1년간 20% 정도 올라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주된 요인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축산농가에서는 폐업을 고심하는 모습마저 목격된다.
몬태나주에서 3대째 소를 키워온 목장주 스티브 카터는 5년째 이익을 전혀 내지 못해 농장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NYT는 수익성이 떨어져 폐업한 미국 축산업자가 50만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소고기는 비싸지는데 축산업자는 가난해지는 까닭으로는 소수 정육업체의 이익 가로채기가 지목된다.
미국 정육업계에서는 타이슨, 카길, 내셔널비프패킹, JBS 등 4개 대기업이 시장 지배적 위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업체는 1980년부터 왕성한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35%에서 85%까지 끌어올렸다.
축산업계와 공정거래 전문가들은 4개 기업이 경쟁을 무너뜨리고 가격까지 설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소고깃값 상승 원인은 유동성 확대에 따른 소비 증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도축장 운영 차질로 발생한 공급 감소가 지목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윤 극대화를 위한 정육업계의 인수합병으로 도축장이 줄었다는 점을 더 근본적 원인으로 의심한다.
NYT는 공급이 줄어 값이 올랐지만 도축장에서 수요가 줄어 축산업계 납품가가 떨어졌다고 최근 상황을 설명했다.
정육업계가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농장 납품가를 후려쳐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려 이윤을 늘렸을 수 있다는 얘기다.
뉴욕대학의 식품·공중보건 교수인 매리언 네슬은 "정육업계의 목표는 시장점유로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라며 "팬데믹 때문에 업체들이 통폐합된 데 따른 대가가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NYT는 수십년간 소고기 소비자가의 50% 이상이 축산농가로 이전되다가 2015년 그 관계가 바뀌기 시작해 작년에는 농가에 돌아가는 비율이 37%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미국 농무부는 물가상승을 억제하고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최근 정육업계를 겨냥한 반독점 조사에 들어갔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는 보고서를 통해 "정육업체들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점점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육업계를 대변하는 로비단체인 북미육류연구소는 업체 통폐합과 가격은 상관이 없고 육류시장이 역동적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카길의 임원을 지낸 육류산업 컨설팅업체 대표인 커샌드러 피시는 "정육업체들이 가격 조정자가 아니다"라며 "업계는 수년간 이익을 못내 공장을 닫았다"고 주장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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