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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외상장 겹겹 장애물 설치…이래도 꼭 미국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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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외상장 겹겹 장애물 설치…이래도 꼭 미국 갈래?
인터넷 안보심사→주무부처 승인→증감위 등록 '3중관문'에 외인 30% 제한까지
외자와 中기술기업 협력 '소프트뱅크+알리바바' 모델 어려워져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자국 기업의 해외 상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겹겹이 설치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조건을 갖춘' 기업의 외국 상장은 가능하다면서 일련의 규제가 규칙을 더욱 명확하게 하는 '신호등 설치'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하지만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 특히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의 해외 상장이 극도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 경제계획 총괄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는 27일 내년부터 적용될 '외국자본 투자 진입 네거티브 리스트 2021년판'을 발표하면서 네거티브 리스트에 따라 외국 자본의 진입을 규제하는 특정 산업군과 관련된 기업의 해외 상장을 규제하는 규정을 처음으로 포함했다.
중국이 매년 발표하는 '외국자본 투자 진입 네거티브 리스트'는 시장 진입을 규제하는 특정 산업 영역을 정리한 목록이다. 외국 자본은 이 목록에 담긴 통신, 의료, 교육, 출판·미디어·광고, 희토류 등 산업 분야 밖에서는 이론적으로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
새 규정은 네거티브 리스트에서 '외국자본 전면 진입 금지' 대상으로 지정된 산업 분야에 속한 기업이 해외에 상장하려면 주무 부처의 사전 승인을 얻도록 규정했다.
주무 부처 승인을 바탕으로 해외 상장이 이뤄져도 외국자본은 대상 기업의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 지분 제한도 있어 특정 외국자본은 대상 기업 지분을 10% 이내에서만 보유할 수 있고 전체 외국자본 지분도 30%를 넘어서는 안 된다.
새 제한은 민감한 산업 분야의 자국 기업이 외국 자본의 영향력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로 분석된다.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이 지난 6월 중국 정부의 암묵적 경고에도 미국 상장을 강행한 이후 중국 당국은 미중 신냉전이 격화하는 와중에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자국 기업이 미국 증시로 상장하는 것을 가로막기 위한 장애물을 설치하고 있다.
'디디추싱 사태'는 중국 당국의 전방위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규제를 촉발한 계기가 된 작년 10월 마윈의 설화(舌禍) 사태만큼이나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마윈의 당국 정면 비판 직후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고된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전격 취소되고' 반독점 전쟁'의 막이 오른 것처럼 공교롭게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 하루 전날 이뤄진 디디추싱의 뉴욕증시 상장 직후 당국은 디디추싱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안보 심사를 개시하면서 해외 상장 규제의 막을 올렸다.
막강한 힘을 가진 중국 당국이 디디추싱의 상장을 끝내 가로막지 못한 것은 그간 중국에서 자국 기업의 해외 상장을 가로막는 명문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간 알리바바, 디디추싱 등 많은 빅테크가 자국 내의 외국인 투자 제한 등 규제를 회피하려고 케이맨제도 등 조세 회피처에 만든 역외 법인인 가변이익실체(VIE·Variable Interest Entities)를 활용해 우회적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을 해왔다.
중국 당국은 규제의 회색 지대를 이용한 이런 상장 관행을 오랫동안 묵인해왔지만 이제는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디디추싱 사태 이후 중국 당국은 해외 상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은 미국 증시 상장을 하지 말라는 노골적 메시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디디추싱을 대상으로 사상 최초로 '인터넷 안보 심사'라는 카드를 꺼내든 중국은 이후 100만명 이상의 인터넷 기업이 해외 증시에 상장할 때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이 주관하는 인터넷 안보 심사를 받도록 의무화함으로써 미국 상장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꿔놓았다.
지난 24일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는 '요건을 충족한' 기업이 주무 부처의 승인과 증감위 등록 절차를 거쳐 VIE 구조를 활용한 상장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한 '요건'이 무엇인지 자세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아 VIE 구조 활용 상장을 허용하는 것보다는 제한하려는 쪽에 실질적 목표가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또 VIE 구조를 활용해 해외 증시에서 상장하려면 이제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의 인터넷 안보 심사, 주무 부처 승인, 증감위 등록이라는 삼중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처럼 정책 신호가 분명한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이 눈치 없이 해외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의 파상적 압박 속에서 디디추싱은 결국 지난 3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를 하고 대신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전날 발표된 외인 지분 제한은 해외 상장 제한에 '대못'을 박는 성격의 조처로 평가된다.
네거티브 리스트에서 지정된 민감한 산업 영역 기업의 외자 지분이 총 30% 이내(특정 외자는 10% 이내)로 제한되면서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해도 자본 조달에 심각한 제약이 불가피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 세계 시장에서는 외국 자본과 중국의 유망 기술 기업이 전략적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취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손정의(孫正義·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현재 알리바바와 디디추싱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고 있는데 날로 강화되는 중국 당국의 규제 속에서 향후 이런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중국 당국은 시장의 혼란을 우려했는지 해외 상장 자국 기업의 외자 지분 제한 규정이 기존 기업에는 미치지 않고 향후 상장할 기업에만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정비는 해외 상장 규제를 강화하려는 중국 당국의 가장 큰 발걸음 중 하나"라고 평가하면서 당국의 새 규제로 VIE 구조를 활용한 중국 기업들의 해외 상장이 더욱 어려워지고 비용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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