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난민사태 속 성매매단 여성 인신매매 급증"
WSJ 보도…진학·취업 등으로 꾀어 감금 후 성노예로
난민 600만명 추산…살인적 실업·인플레에 상황 점점 악화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점점 많은 베네수엘라 여성들이 인신매매단에 붙잡혀 에콰도르나 콜롬비아 매음굴에 갇힌 채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유엔 국제이주기구(IMO) 키토 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역내 여성 인신매매단을 추적하는 코랄리아 사엔스 씨의 말을 인용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년 전 베네수엘라 국경이 폐쇄된 이후 이 나라 난민들이 에콰도르로 향하는 비밀 통로를 이용하다 인신매매단에 걸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난민들은 창피함과 보복에 대한 두려움, 불법 이민자 신분에 따른 강제 송환을 우려해 일행 중 누군가가 끌려갔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다니엘 팔라시오스 콜롬비아 내무장관은 밝혔다.
콜롬비아는 가장 많은 베네수엘라 난민이 살고 있으며 그 수는 150만∼200만 명을 헤아린다.
콜롬비아 당국은 올해 1∼9월 기간에 베네수엘라 여성 인신매매 사건 60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팔라시오스 장관은 덧붙였다.
이는 2017년의 5건에 비해 12배로 늘어난 것이지만, 팔라시오스 장관은 공개된 인신매매 건수는 실제보다 훨씬 축소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베네수엘라 사정이 계속 악화하면서 인신매매 건수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WSJ은 베네수엘라를 탈출한 난민 수가 거의 600만 명에 이른다며 이는 시리아 난민 다음으로 많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또 인근 국가 매음굴로 팔려 가는 베네수엘라 여성은 난민만이 아니라며 베네수엘라 수도 보고타의 길거리에서 커피를 팔다 다른 이의 꾐에 빠져 인신매매 업소로 끌려 온 패트리샤 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올해 36세로 두 아이를 둔 엄마인 그녀는 베네수엘라의 높은 실업과 인플레로 굶주리던 지난해 12월, 레스토랑에서 일할 수 있다며 버스표까지 끊어준 어떤 여성과 함께 콜롬비아 남서부 도시 칼리로 갔다.
아이들은 친척 집에 맡겨둔 채였다.
자신을 데리고 온 여성을 따라 바 안으로 들어간 파트리샤는 두 명의 건장한 사내들에 의해 뒷방에 감금됐다.
이때부터 두 달 동안 이곳에 갇혀 작은 창문으로 먹을 것과 속옷만 받으면서 남자들을 상대해야 했다.
그녀는 현재 성노예 피해자 지원 단체인 '허밍버드 윙스'의 도움으로 키토에 재정착했다.
이 단체의 마리아 엘레나 구아만 대변인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생존의 위기를 겪는 많은 여성이 소셜미디어에서 일자리를 제공한다거나 결혼하자는 인신매매 조직의 그럴듯한 말에 속아 넘어간다고 말했다.
구아만 씨는 "그들은 당신의 약점을 노린다"며 "공부하기를 원하는 이에게는 장학금을, 일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일자리를 준다고 말하고, 옷을 원하면 옷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신매매단에 걸려든다는 생각을 전혀 못 한다는 것이다.
콜롬비아 도시 바랑키야에 사는 온라인 성매매 업자는 왕자 행색을 한 채 자신이 난민 쉼터를 운영하는 것처럼 속여 베네수엘라 여성들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했다.
경찰은 그의 집에서 30명의 베네수엘라 여성들을 구출했는데, 이들은 PC와 연결된 카메라 앞에서 성행위를 연출할 것을 강요당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도 콜롬비아 경찰은 베네수엘라와의 접경지 부근의 소 농장 바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러 왔다 붙잡힌 베네수엘라 여성 7명을 구출했다.
이들을 데려온 자들은 여성들에게 충분한 음식을 제공하고 치장한 뒤, 교통비와 방세, 식비 등 각각 1천 달러의 빚을 갚으라며 몸을 팔 것을 강요했다.
성매매 업소를 찾은 손님이 불평하면 벌금을 물려 빚이 늘어났고, 여성들은 짐승처럼 다뤄졌다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콜롬비아의 비영리 단체인 '재생 재단(Renacer Foundation)'은 올해 초 콜롬비아의 국경 도시 마리코에서 만난 매춘 여성 50명 가운데 48명이 베네수엘라인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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