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건강] 영유아 자녀 부모가 꼭 알아야 할 4가지 응급상황
발열·낙상사고 땐 바로 응급실 가기보단 아이 상태 지속 관찰해야
버튼 건전지 삼켰다면 지체하지 말고 즉시 의료기관 방문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아이에게 치명적인 신체·정신적 손상을 남길 수 있는 응급 상황은 신속한 처치가 필수다.
영유아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므로 부모를 비롯한 주변인의 빠른 판단과 적극적인 처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박중완 교수에 따르면 영유아가 가장 흔히 겪는 응급 상황은 고열, 낙상사고, 이물 흡입, 구토·설사 등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킨 덕분에 바이러스, 세균 감염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이 때문에 고열로 아이들이 응급실을 찾는 일은 많이 줄었지만, 가정 내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낙상사고, 이물 흡입 등으로 응급실을 찾는 경우는 여전히 많다"고 25일 설명했다.
박 교수는 자녀를 응급실에 보내야 하나 고민하는 부모라면 119 구급대 이용을 주저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위급 시 적절한 상담과 의료기관 도착 전 필요한 조치를 가장 빠르게 받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 "체온 39℃ 이하면 자는 아이 깨워 해열제 먹일 필요 없어"
박 교수는 평소 건강한 아이고 체온이 39℃ 이하라면 굳이 해열제를 먹이는 것보다 아이가 평소보다 처지거나 칭얼대는지 잘 관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열제의 목적은 열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발열로 인한 아이의 불편감을 줄여주는 것에 그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자는 아이가 열이 난다고 억지로 깨워서 해열제를 먹게 할 필요는 없다"며 "열이 많이 난다면 아이가 불편해 자주 깨고 울 텐데 그때 해열제를 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강한 아이와 달리 평소에 심장, 폐 관련 질환을 앓고 있거나 대사질환이 있는 아이는 발열을 확인한 즉시 해열제를 복용토록 해야 한다. 고열은 몸의 대사를 증가시켜 질병이 있는 아이의 신체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 "낙상 사고시 CT 필요 드물어…평소와 다른 행동 보일 때 즉시 응급실로"
낙상 사고가 발생해도 아이가 집안 내 1m 미만의 높이에서 떨어졌고 사고 이후 평소와 비슷한 컨디션이라면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박 교수는 "낙상 사고 후 머리에 혹이 났다며 컴퓨터단층촬영(CT)을 요구하는 부모님들이 계시는데 가정 내 낙상 사고의 경우 심각한 뇌 손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머리를 다친 아이가 CT를 찍어야 하는 케이스는 낙상 사고 후 의식이 흐려지거나 교통사고의 경우처럼 심한 머리 손상이 예상될 때라고 강조했다.
다만 가정 내 낙상 사고라도 아이와 평소와 같지 않은 행동을 보이거나 의식 소실 등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고 그는 권했다.
◇ "영유아에겐 아몬드, 땅콩은 절대 주지 마세요"
기도 이물 흡입은 발열이나 낙상사고만큼 흔하지는 않지만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거나 아이의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이 커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영유아 기도 이물 흡입의 절반 이상은 음식물로 인한 사고다. 박 교수는 4세 미만 영유아에게 아몬드와 땅콩 같은 딱딱한 음식물을 절대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은 음식물을 바로 씹지 않고 오물오물 입안에서 가지고 노는 경우가 많고 성인보다 음식물을 삼키는 기능도 덜 발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땅콩이 기도로 넘어가 기관지 내시경으로 땅콩을 제거해야 하는 사례가 흔하며, 아몬드가 기도를 막아 건강했던 아이가 사망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아이가 포도알을 그대로 삼켰다가 질식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온 경우도 있었다.
버튼 건전지를 삼키는 사고는 곧바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하는 '초응급상황'이다. 버튼 건전지는 식도 점막을 빠르게 녹여 6시간 이내 식도에 구멍을 낸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박 교수는 "최근 전자 담배 흡연 인구가 늘고 있는데 액상 전자 담배를 아이가 마시면 니코틴 중독으로 아이가 크게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구토·설사 심하다고 절대 굶기면 안 됩니다"
아이들은 탈수에 취약하다. 구토와 설사가 심하면 증상이 사라질때까지 아이에게 음식이나 분유를 아예 주지 않는 부모가 있는데 이런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박 교수는 "아이가 토하거나 설사하면 그만큼 수분을 보충해줘야 한다"며 "대신 음식을 조금씩, 자주, 천천히 먹여야 한다"고 말했다.
설사가 심한 경우 기름기가 많거나 당분이 많은 음식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할 수 있다고 그는 부연했다.
아이가 음식물이나 수분 섭취를 거부한다면 방치하는 것보다 병원을 방문해 수액 치료 등을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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