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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당 받으러 1천㎞를 오라니"…호주 정부 원주민에 17억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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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당 받으러 1천㎞를 오라니"…호주 정부 원주민에 17억 배상
"호주 공공근로 프로그램, 인종차별적 노예제"
공공근로·구직활동 증명해야 수당 지급…고립지역 원주민 증명 어려워 손해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호주 정부의 공공근로 프로그램(Work for dole)이 인종차별적이라며 원주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했다고 BBC 방송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호주 연방법원은 최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의 10개 커뮤니티 원주민 등 680명이 정부의 공공근로 프로그램이 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정부가 200만 호주달러(약 17억2천만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호주 정부는 2015년 '지역 개발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공공근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1주일에 25시간의 공공근로를 하고 구직활동을 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수급자의 80% 이상이 호주 원주민이다.
하지만 이런 엄격한 수급 조건은 호주에서 가장 가난하고 고립된 지역에 사는 호주 원주민과 토러스 해협 도서민에게는 차별적인 제도라는 비판이 많았다.
외딴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전화나 인터넷, 대중교통 접근이 어려운데 수당을 받으려면 가장 가까운 복지센터까지 몇 시간을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 나안야자라쿠 샤이어의 데미안 매클레인 시장은 "수당 수급을 위한 증명서를 내려고 1천㎞를 여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호주국립대에 따르면 서부 외지에 사는 원주민들은 수당을 받기 위해 도시 거주자보다 평균 2배는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으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2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힘들게 수급 자격을 증명한다 해도 수당은 1시간당 10호주달러(약 8천600원)로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이 제도를 놓고 '현대판 노예제'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법원은 소송 참여자가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1인당 평균 1천800호주달러(약 155만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간주하고 배상액을 정했다.
이에 대해 호주 정부는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다만 올해 초 정부는 이 프로그램의 폐지 방침을 밝히며 2023년까지 새로운 복지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laecor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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