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기차에서 음식 섭취 금지? 허용?…스위스서 논란
오미크론에 찬반 첨예…"마스크 의무화 예외 악용 막아야" vs "백신 더 중요"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스위스에서 기차를 탈 때면 샌드위치나 과자, 커피나 탄산음료 등 음식물을 손에 한가득 들고 타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객차 안에서 맥주 등 주류를 마시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평소 같으면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던 이 같은 모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현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기차처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에서 음식을 먹으려고 마스크를 벗는 것에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다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훨씬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가 스위스에서도 11월 말부터 보고되면서 기차 안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을 금지해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아무래도 객차 내에서처럼 밀폐된 공간에 마스크를 벗은 사람이 많을수록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대한 우려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일단 스위스 국영 철도(SBB)는 12세 이상이면 열차 내에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거나 이 병에 걸렸다 회복된 사람에게도 해당한다.
다만 SBB는 예외적으로 음식물을 먹거나 마시는 동안에는 마스크를 잠시 벗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논란이 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이러한 예외 규정을 악용해 음식물을 천천히 섭취하며 마스크를 오랫동안 벗고 있는 승객이 있어 불안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마스크 의무를 피하려고 기차로 이동하는 내내 물 한 병을 조금씩 홀짝이는 사람들을 항상 본다"고 지적했다고 현지 매체 20분의 독일어판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때문에 열차 내에서 음식물 섭취 금지를 요구하는 네티즌들은 트위터 등 SNS에서 '기차 내 음식 금지'(KeinFoodImZug)라는 문구에 해시태그(#)를 붙여 올리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음식물 섭취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과 싸우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백신이라며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정치권으로 옮아갔고,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정치인들은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관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열차 내 음식물 섭취를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하는 정치인들은 "기차 내에서 먹고 마시는 사람들을 마스크를 쓰기 싫어하는 사람들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고 20분은 보도했다.
이처럼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방역 규정을 정하는 연방 정부는 아직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현지 공영 방송 SRF가 보도했다.
전체 인구가 870만여 명인 스위스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최근 들어 1만 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으며, 누적 확진자는 약 120만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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