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가스 공급 제한으로 유럽 추운 겨울 맞을 수도
"겨울철 수요 증가 예상되지만 러 내년 1월분 공급량 안늘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유럽에 본격적 겨울 추위가 닥치면서 가스 수요가 늘고 있지만 러시아가 대유럽 가스 공급을 제한해 가스 가격이 다시 치솟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유럽 주요 도시들에서 정전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타스·인테르팍스 통신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가스 회사 '가스프롬'은 이날 유럽 공급용 가스관 수송량 확보 국제 경매에서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을 이용하는 내년 1월분 수송량을 구매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가스수송회사가 하루 1천500만 큐빅미터(㎥)를 제안했지만, 가스프롬은 구매에 나서지 않았다.
또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경유하는 '야말-유럽' 가스관의 수송량은 제안량(하루 8천910만㎥)의 21.6%인 1천928만㎥만 계약했다.
가스프롬은 지난 10월부터 월별 경매에서 그다음 달 수송량을 확보해오고 있다.
이는 장기 계약을 통한 대유럽 가스 수송량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다.
가스프롬은 2019년 우크라이나 측과 체결한 2020~2024년 장기 계약을 통해 매년 400억㎥(하루 약 1억950만㎥)의 가스를 운송하기로 돼 있다.
폴란드와의 장기 가스 수송 계약은 1년 전 만료된 뒤 연장되지 않았다.
가스프롬은 최근 4개월 동안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을 이용하는 추가 수송량을 확보하지 않고 있다. 폴란드 경유 야말-유럽 가스관 수송량도 계속해 줄이고 있다.
유럽은 이미 풍력 발전 규모 감소와 일부 원전 가동 중단 등으로 전력 생산에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이번 주 유럽 주요 도시들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력망에 추가 압박이 가해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대유럽 가스 공급량을 제한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 제한 노선을 이어갈 경우 유럽은 비축 가스를 사용해야 하는데, 벌써 가스 저장량은 역대 최저 수준인 60%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20일 유럽의 대표적 천연가스 거래 시장인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내년 1월 선물 가스 가격은 ㎥당 1천700달러를 넘어섰다.
유럽의 가스 가격은 공급 부족과 비축분 감소 등으로 지난 10월까지 몇 개월 동안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8월 초 TTF 거래소의 선물 가격은 1천㎥당 515달러였으나, 10월 초에는 1천9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뒤이어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늘리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 이후 가격이 진정되기 시작해 10월 말엔 1천㎥당 1천~1천100 달러 선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들어 다시 치솟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에 본격적 추위가 닥치면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전력 생산 차질로 정전 사태가 일어나고, 난방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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