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교 신성모독했다"…인도서 집단폭행 살해 잇따라
최고 성지 황금사원 등에서 남성 2명 차례로 피살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에서 시크교를 신성모독했다는 이유로 남성 2명이 잇따라 집단폭행에 목숨을 잃었다.
20일(현지시간) 더힌두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지난 18일 인도 서부 펀자브주 암리차르의 시크교 성지 황금사원에서 한 남성이 신도들에게 구타당한 후 목숨을 잃었다.
이 남성은 황금사원의 내부 성소로 진입한 후 시크교 경전인 '구루 그란트 사히브' 앞에 놓인 다이아몬드가 박힌 의례용 칼을 집어 들었다가 신도와 경비원에게 제압당했다.
이후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이 남성은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경찰은 신도들이 신성모독을 이유로 이 남성을 폭행해 살해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황금사원은 시크교 최대 성지로 꼽히며 시크교도들은 황금사원 등의 구루 그란트 사히브를 살아있는 종교 지도자처럼 신성하게 모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에도 펀자브주 카푸르탈라의 시크교 사원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곳에서도 한 남성이 시크교의 상징 깃발을 훼손하려다 신도에 의해 붙잡혔다. 신도들은 경찰이 있는 상황에서도 이 남성을 막대기 등으로 마구 때렸고 결국 숨지게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초기 조사 후 숨진 남성에 대해 신성모독 의사는 없었으며 단순히 절도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초 지방선거를 앞둔 펀자브주에서는 이달 중순에도 한 남성이 시크교 경전을 연못에 던졌다가 체포되는 등 종교 관련 이슈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펀자브주 총리인 차란지트 싱 찬니는 황금사원 폭력사태 후 자신의 트위터에 "이 악랄한 행동 뒤에 있는 숨은 동기와 진짜 공모자들을 조사하는 데 집중하라고 경찰에 지시했다"고 썼다.
15세기 인도 북부에서 탄생한 시크교는 구루 나나크가 교조이며 개인적 수양을 통한 해탈을 추구한다. 힌두교와 이슬람교 신앙이 융합됐고 전 세계적으로 약 3천만명의 시크교도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종교 이슈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에서는 신성모독을 둘러싼 폭력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특히 파키스탄에서는 이달 초 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의 이름이 적힌 포스터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무슬림들이 한 스리랑카인을 집단 폭행하고 불태워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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