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야 총력전 속 '돼지고기·원전' 국민투표 개시
차이잉원 "고립 벗어나야" vs 국민당 "국민 건강 위해 투표"
4개 안건 중 美돼지고기 수입금지 등 일부 통과 관측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이끄는 민주진보당(민진당)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의 국민투표가 18일 시작됐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이하 현지시간) 대만 전역 투표소에서 국민투표가 시작됐다.
국민투표는 이날 4시까지 진행되고 결과는 밤늦게 나온다.
이날 투표의 안건은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제4원전 상업 발전 개시 ▲타오위안(桃園)의 조초(藻礁·산호의 한 종류) 해안에 건설 중인 천연가스 도입 시설 이전 ▲국민투표일을 대선과 연계 등 4가지다.
투표 결과 찬성이 반대보다 많고, 찬성이 유권자 총수의 4분의 1(495만6천367명)을 넘기면 해당 안건은 통과돼 법적 구속력이 생긴다.
안건 대부분이 민진당 정부의 정책에 제동을 거는 내용이어서 이번 국민투표는 차이잉원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할 수 있다.
4개 안건 중 특히 주목을 받는 안건은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와 제4원전 상업 발전 개시다.
차이잉원 정부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및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체결로 중국 경제 의존도를 낮추려고 작년 12월 야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성장촉진제 락토파민이 포함된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입을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또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의 여파로 거의 완공된 상태에서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돼 봉인된 제4원전 운영이 국민투표로 개시되면 차이 총통이 추진해온 탈원전 정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민진당이 국민투표에서 지면 이끄는 차이 총통의 정치적 입지가 악화할 수 있다. 최근 대만 여러 기관이 진행한 여러 여론조사에서 4개 안건 모두 찬성이 우세한 상황이다.
차이 총통이 2016년 집권 후 중국과 거리를 두고 미국과 전방위 협력을 강화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국민투표 결과가 미중 대립의 한 복판에 있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의 변화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민진당과 국민당은 이번 국민투표 결과가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물론 2024년 치러질 총통·국회의원 동시 선거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대선 수준에 버금가는 총력전에 나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국민투표를 앞두고 대만 여야는 전날 대규모 야외 유세를 벌이며 세 대결을 벌였다.
민진당은 모든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해달라는 뜻의 '4개 부동의'(四個不同意)를,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은 '4개 동의'(四個同意)를 호소한다.
차이 총통은 유세 현장 연설에서 "FTA와 CPTTP는 대만이 고립을 벗어나는 중요한 포석"이라며 모두 반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대만은 반도체와 전자 산업에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만 전통 산업은 여전히 관세·비관세 장벽에 부딪힌 탓에 반드시 양자 또는 역내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국제시장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이 총통은 또 제4원전이 지진대에 있어 장래 재앙이 될 수 있다면서 봉인된 원전을 가동하려면 막대한 자금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 국민당은 전날 타이베이 자유광장에서 수만명으로 추산되는 시민이 모인 가운데 밤샘 유세를 하면서 '4개 동의'를 호소했다.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은 "내일은 반드시 나와 투표를 해야 한다"며 "이번 국민투표는 선거가 아니라 대만의 민주주의와 전체 국민의 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연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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