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신혼여행지 괌, 미중 갈등 격화 속에 요새화 가속
내년 초 해병대 기지 완공…10년전부터 군사시설 증강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태평양의 휴양지 괌이 빠른 속도로 미군의 요새로 변모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괌의 전략적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괌에는 5천 명의 미국 해병대가 주둔할 캠프 블래즈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초에 공사가 끝나면 캠프 블래즈는 미국 해병대가 70년 만에 건설한 새 기지로 기록된다.
지금도 괌에는 공군과 해군 기지가 운용되고 있지만, 미국 국방부는 시설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서태평양 지역의 유일한 미국 공군 기지인 앤더슨 기지에는 핵탄두 적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탑재하는 B-52H 장거리 폭격기가 배치돼 있다.
괌 해군 기지에 배치된 잠수함도 중국에 위협적인 존재다. 괌의 위치상 중국의 탐지를 피해 작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필리핀 서쪽 2천400㎞ 지점이라는 위치상의 이점과 함께 미군이 자유롭게 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점도 괌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괌은 16세기부터 스페인의 식민지였지만, 1898년 미국이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미국 영토가 됐다.
미국이 주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의 미군 기지와는 달리 무기와 병력을 배치하는 과정에서 군 지도부의 판단 외에 고려할 요소가 적다는 것이다.
특히 괌은 서울보다 조금 작은 540㎢의 면적 중 4분의 1 이상이 미국 국방부 소유지다.
WSJ은 미군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3년 괌에 배치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예로 들면서 괌의 요새화는 10년 가까이 계속됐다고 전했다.
중국도 괌에 배치된 2만2천 명의 미군과 각종 군사 시설의 존재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괌을 모의 공격하는 장면을 담은 선전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15만 명에 달하는 괌 주민 사이에서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
루 레온 게레로 괌 주지사는 "괌 주민들은 표적이 됐다. 신경이 곤두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 측은 괌 주민들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7년 당시 미국의 핵무기와 미사일방어체계 운용을 담당하는 전략사령부 사령관이었던 존 하이튼 장군은 "괌은 아주 잘 보호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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