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안보보좌관 "북한과 단계적 진전 추구…외교적 진전은 아직"(종합)
"바이든 대북 정책은 오바마와 트럼프 중간 성격"
한국에 묶인 이란자금 동결 해제 질문에 이란의 태도 강조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대화를 통한 단계적(step-by-step) 접근을 추구하지만 아직 북한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미국외교협회(CFR)가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요지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해 외교로 관여하고 단계적 진전을 이루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과 외교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북한과 대화를 위한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외교에 관여할 의향이 있고 이를 위한 준비가 돼 있음을 북한에 전달했다면서도 "그사이에도 우리는 (대북) 제재를 계속 집행하고 있고, 동맹인 한국, 일본과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하지만 다른 형태의 도발은 삼가고 있다고 평가한 뒤 "미국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시된 기본 사항을 배경으로 진전을 이루기 위해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간 정도 지점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북한을 제재로 압박하되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미국도 무대응하겠다는 '전략적 인내' 관점을 취했다면서 "이는 상황을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전부 대 전부'의 일괄타결 방식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상간 직접 접촉을 통해 북한이 통 큰 비핵화 조처에 나서면 미국도 경제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이어 설리번 보좌관은 이란이 인도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국에 묶인 이란 자금 70억 달러의 동결 조처를 해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즉답하지 않은 채 이란의 태도를 강조했다.
그는 "이란 정부 자금으로의 접근에 관한 선택은 이란이 대화 테이블로 나와 1년 전에 했어야 할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일이란 이란 핵합의(JCPOA)에 재가입할 준비가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 복귀 문제를 놓고 이란과 벌인 협상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란의 태도가 자금 동결 해제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는 취지로 여겨진다.
이란은 2010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는데, 미국 정부가 2018년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이 계좌를 통한 거래가 중단됐다.
이후 이란 정부는 한국에 지속해서 이란 계좌 동결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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