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국내 지진경보시스템 업그레이드중
지질자원연구원, 사용자 맞춤형 하이브리드 조기경보 시스템 개발중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지난 1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지진 발생을 신속하게 알리는 조기 경보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진이 언제 발생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빠르고 효과적인 경보 시스템 구축은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유일한 방법으로 평가받는다.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은 지진파 중 P파를 조기 관측해 S파가 도달하기 전 지진 발생 상황을 알리는 것을 기본 원리로 삼는다.
S파는 P파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큰 인명·재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S파가 도달하기 전 지진 발생 사실을 인지한다면, 수∼수십 초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지진에 대응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기상청의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도 이 같은 원리로 운용된다.
기상청은 2015년 지진 조기경보 서비스를 시행한 이후 꾸준히 시스템을 개선해 지진 발표 시간을 2015년 50초(지진 발생 기준)에서 최근 15초 이내로 단축 중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제주 지진 발생 당시 기상청은 지진 최초 관측 12초 만에 지진 조기 경보를 발표하고 다시 1초 후 전국으로 재난 문자를 송출했다.
신속한 지진 경보 시스템과 더불어 최근에는 '맞춤형' 경보 시스템도 지진 피해를 줄일 또 하나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국가기간시설별 맞춤형 지진 정보를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지진조기경보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진 발생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데 그치는 외부지향경보 방식과 달리 시설별 지진 가속계 자료와 기상청의 지진 자료를 동시에 활용한다.
학교에 하이브리드 지진조기경보 시스템을 설치한다면 지진 발생 사실을 인지한 후 기존에 마련한 지침에 따라 대피 후 수업을 지속할지, 수업을 중단하고 학생들을 하교시킬지 판단해 통지할 수 있다.
지질자원연구원은 지진 진도에 따라 각 건물의 출입문을 자동으로 개방해 학생들의 대피를 유도하는 시스템도 구상 중이다.
해당 시스템은 현재 포항공과대학교, 대구시청, 원자력환경공단,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시범 적용돼 자체 시설을 방어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박정호 책임연구원은 지난 9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이 주최한 '제41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에서 이 기술을 설명하며 "내가 있는 곳에 몇 초 후에 진동이 올 것이라는 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동을 느끼기 5초 전에만 지진 통보를 받으면 내 몸을 보호할 수 있고 10∼20초가 확보된다면 침착하게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책임연구원은 "지진이 두려운 것은 정보가 없거나 막연하기 때문"이라며 "빠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개인 손에 쥐여준다면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고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ik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