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부회장 SK온 사령탑으로…배터리 3사 리더십 경쟁도 가열
취업제한 풀리며 8년 만에 일선 복귀…"배터리 사업 그룹 동력으로"
LG·삼성·SK 모두 그룹 핵심 인물이 배터리 수장 맡아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SK그룹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17일 SK온 대표이사로 경영에 복귀하면서 배터리 사업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SK온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006400]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새 수장으로 그룹의 '핵심 인물'을 전진 배치하면서 리더십 경쟁도 가열하고 있다.
SK온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SK온은 최 수석부회장이 성장 전략과 글로벌 사업을, 지동섭 대표가 경영 전반을 관장하는 각자 대표 체제로 재편됐다.
SK온 이사회 의장직은 기존과 같이 김준 SK이노베이션[096770] 부회장이 맡는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 수석부회장은 SK의 배터리 사업 태동 시기부터 각별한 관심을 갖고 배터리 사업 전반에 영향력을 미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최 수석부회장은 2013년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경영 일선을 떠나있었다.
최 부회장은 수감 당시에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팀에 자필 편지를 보내는가 하면, 가석방 이후 배터리 관련 중요 행사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하며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SK온은 올해 10월 초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으며, 최 수석부회장은 10월 말 취업제한이 풀리자마자 이번에 SK온 대표로 경영 일선에 복귀하게 됐다.
SK온 측은 "그룹 대주주인 최 수석부회장이 대표를 맡은 것은 책임 경영을 통해 중요한 성장기를 맞은 배터리 사업을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회사를 글로벌 톱 배터리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최 수석부회장을 통해 SK온의 그룹 내 위상과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수석부회장은 SK온의 글로벌 투자와 기업공개(IPO) 등 현안에 집중할 전망이다.
SK온은 현재 40기가와트시 규모인 연간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5년 220기가와트시, 2030년 500기가와트시로 확대한다는 목표하에 글로벌 시장에 대대적인 투자를 쏟아내고 있다.
SK온은 올해 9월 미국 2위 완성차 업체 포드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2027년까지 89억달러(약 10조5천억원)를 공동으로 투자해 미국에 총 129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3곳을 짓기로 했다.
지난달에도 중국 배터리 4공장 신설을 위해 25억3천만달러(약 3조원)을 투자하는 협약을 중국 장쑤성 옌청시와 체결했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 분할해 설립된 SK온은 IPO(기업공개)도 준비 중이다. 최근 SK온은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 IPO)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대대적인 투자 확대 계획에 따라 재무 부담이 커서 자금 마련을 위한 IPO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다만 현재 정치권에서 자회사와 물적 분할한 모회사의 동시 상장에 대한 규제를 논의하고, 한국거래소도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며 SK온의 IPO에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 수석부회장은 프리 IPO를 순조롭게 마무리하고 공식 IPO를 차질없이 준비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IPO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서두르지 않고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때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시기는 2023년 이후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와 삼성 역시 최근 그룹의 핵심 인물을 배터리 사업 수장으로 발탁했다.
LG에너지솔루션 새 대표이사를 맡은 권영수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의 최측근으로 LG그룹의 2인자로 꼽힌다. 권 부회장도 LG의 배터리 사업 부흥을 이끈 주역이다.
권 부회장은 내년 1월로 예정된 LG에너지솔루션 IPO와 대규모 리콜 사태 이후 사업 재정비 등 이끌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IPO로 확보한 자금을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에 투입할 예정이다.
LG, SK보다 정중동 행보를 해온 삼성SDI는 최근 최윤호 삼성전자[005930]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발탁하며 사업 및 점유율 확대를 예고했다.
최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신임을 받는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전임 전영현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삼성SDI는 전자를 제외한 계열사 중 유일하게 부회장급 인사를 보유하게 됐다.
이러한 인사는 삼성SDI의 그룹 내 입지 향상과 사업 확대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재계는 분석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경쟁이 격화하는 시기에 국내 3사 모두 인사와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며 "그룹 핵심 인물들이 일제히 포진한 만큼 투자와 기술 개발 등 사업은 물론 조직 문화 개선 등 전반에서 리더십 경쟁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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