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속 미생물 괴담'에 백신 전문가들 "터무니없다"
해외도 유사한 괴담 돌아 전문가·제약사가 반박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 "유언비어로 국민들 힘들어져"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계승현 기자 = 최근 '코로나19 백신 안에서 살아있는 미생물이 발견됐다'는 내용의 글과 영상이 떠돌고 있다.
그러나 관계 당국과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 괴담이 전혀 근거 없는 유언비어이며 대응할 가치조차 없는 헛소리라고 일축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역시 백신이 출하 전 무균 시험을 거치는 등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 백신 내 미생물 괴담 국내외서 확산…'근거없음'
식약처는 '코로나19 백신을 배양했더니 배양액에 미확인 생명체가 많이 들어 있더라'는 주장에 대해 백신은 인체에 직접 투여되는 무균 의약품이며 제조시 균이 혼입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해당 주장은 지난 13일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함께하는 사교육연합 등 60여개 단체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당시 자신이 의사라고 주장한 한 발언자는 "백신을 배양한 뒤 관찰했더니 정체불명의 미생물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식약처와 의료계 관계자들은 이런 괴담이 이미 해외에서 유포된 적이 있다고 지적하고 마찬가지 내용이 국내에서도 확산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코로나19 백신에 '히드라'와 같은 살아있는 미생물이 포함돼 있다는 동영상과 이미지 등이 해외에서 퍼지자 10∼11월에 로이터와 USA투데이는 각각 팩트체크 형식의 기사를 내보내며 사실과 다르다고 보도했다.
당시 미국 존스홉킨스 보건안보센터 아메쉬 아달자(Amesh Adalja) 박사는 "어떤 코로나19 백신에도 히드라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다"며 "어떤 미생물도 백신을 제조할 때의 멸균 과정에서 살아남기는 어렵다"고 했다.
면역학자인 영국 카디프대학의 마티아스 에버를(Matthias Eberl) 박사는 문제가 된 현미경 이미지에 대해 "확실한 오염"이라며 "섬유나 집 먼지처럼 보이며, 현미경이나 덮개 슬라이드를 깨끗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그렇게 보일 수 있다"고 했다.
화이자제약 본사는 "화이자 백신에 바이러스 입자나 살아있는 성분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전문가들 "유언비어"·"터무니없다"
국내 의료계와 백신 업계도 유사한 반응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생물이) 우글거린다는 건 백신 제조 과정을 생각했을 때 가능성이 떨어지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검증 절차도 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정부에도 좀 더 투명한 소통을 촉구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에 기생충이 나온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나돌아 국민들이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환자의 임상 증상, 예후, 고위험군의 관리, 유언비어 등을 정리해 제대로 알리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국제백신연구소(IVI) 송만기 사무차장은 "백신은 개발부터 제조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과정을 거치고 승인된 후에도 안전성 등을 지속해서 팔로잉한다"며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한국화이자제약은 "보건당국이 요구하는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에 따라 엄격한 무균 공정을 거쳐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며 "더욱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는 생백신이 아니어서 살아있는 바이러스 또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아예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는 입장이다.
염호기 의협 코로나19 대책전문위원회 위원장은 "적당히 말이 돼야 반대도 하고 팩트체크도 하는 건데 이건 공상과학 수준"이라며 "어느 정도 합리적인 주장이라야 반박을 하고 따져보는 거지 그럴만한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식약처 역시 백신은 살아있는 유기체가 들어있지 않은 무균 제제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현재 식약처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제조사가 완제품을 출하하기 전에 반드시 무균시험을 실시토록 하고, 국가가 한 번 더 품질을 확인하는 국가출하승인 절차를 거쳐 유통되도록 하고 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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