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결산]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중국발 요소수 사태까지…산업계 '흔들'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에 자동차 업계 직격탄…타 업계도 도미노 영향
요소수 사태로 공급망 취약점 고스란히 드러나…"내년에도 낙관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김영신 기자 = 올 한해 국내 산업계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의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크게 휘청였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지속된 가운데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사태까지 터지면서 물류를 중심으로 산업계는 물론 국민 일상까지 멈출 뻔했다.
특히 요소수 사태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특정 국가 의존도가 큰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각국이 자국 위주의 원자재 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어 산업계는 물론 정부도 공급망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 반도체 공급 차질에 자동차 생산 급감…코로나·中전력난·물류난 '3중고'
코로나19 여파로 시작된 공급망 차질의 영향은 경제 지표와 기업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전분기 대비)은 0.3%다. 앞선 1분기(1.7%), 2분기(0.8%)와 비교해 크게 낮은 데다 시장 전망치(0.5%)도 밑돌았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등 운송장비 산업은 설비 투자가 2.4% 줄었다.
통계청의 10월 전 산업 생산지수를 봐도 제조업 생산은 공급망 차질 영향으로 넉 달째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은 3.1%, 자동차 생산은 5.1% 각각 줄었으며 자동차 등 전방 산업 부진의 영향으로 1차 금속 생산도 5.9% 감소했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올 한해 '보릿고개'를 보냈다.
현대자동차는 3분기 생산량이 35만209대로, 전년 동기보다 15.8%나 감소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공장 가동을 수차례 중단해야 했다.
지난해 말 본격화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당초 올해 하반기부터 완화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오히려 더 심화됐다.
대한타이어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업체가 올해 3분기에 수출한 자동차용 타이어는 총 1천195만9천개로 작년 동기(1천500만6천개) 대비 20.3% 감소했다. 수출 금액은 7억3천900만달러로 8.9% 줄었다.
공급망 차질로 인한 피해는 자동차와 부품 업계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전 산업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생산 비중이 미미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지금까지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최대 공급처인 중국의 극심한 전력난으로 인해 IT·가전 등 완제품 공급에 빨간불이 켜져 자칫 반도체 공급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계는 새해 경영계획의 우선순위를 공급망 강화에 두고 다각도의 대책을 모색 중이다. 특히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본격 나선 미국에 대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170억달러(약 20조원)을 투자해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제2공장을 건설하기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공급망 이슈가 내년에도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2022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공급망 병목 현상이 올해 말과 내년 초를 정점으로 점차 완화될 전망"이라면서도 "공급 차질이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고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강해지며 공급망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내년 중 공급망 문제가 모두 해소될 것으로 낙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 요소수 품귀에 물류 마비 직전까지…급한불 껐지만 수입선 다변화 절실
국내 물류를 마비 직전까지 몰고 갔던 요소수 품귀 사태는 글로벌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중국과 호주가 무역분쟁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 사태가 이렇게까지 번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로 중국 내 석탄 공급이 부족해지자 석탄에서 추출하던 요소 수급에도 문제가 생겼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이 10월에 취한 요소 수출 제한 조치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름도 생소했던 요소수가 경유차와 화물트럭의 필수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물량 부족으로 평소 10L(리터)당 1만원 수준이던 요소수 가격이 10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화물트럭을 중심으로 한 물류난 우려에 더해 대중교통이나 소방차 등의 운행에도 차질이 예상되고 산업현장의 원자재 수급난 등 2차, 3차 피해 우려도 나왔다.
요소수 품귀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한 데는 일차적으로 정부의 늑장 대응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 조치를 정부가 감지한 것은 열흘이나 지난 시점이었고, 정부가 관계 부처 및 요소 관련 업계와 범정부 대응에 나선 것은 이미 보름가량 흐른 후였다는 점에서다.
정부가 뒤늦게 총력 대응에 나서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요소와 요소수를 구한 끝에 급한 불은 껐지만 사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위기의식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정 원자재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고스란히 드러나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월 기준 한국 수입 품목 1만2천586개 가운데 요소처럼 특정국에 8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이 3천941개에 달했다. 이 중 중국 수입 비율이 80%를 넘는 품목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정부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4천여개 품목에 대해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가동키로 했다. 그중에서도 특정국가 수입 의존도가 높은 100개 핵심품목을 선정해 집중 관리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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