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 15%' CPTPP 가입 추진 본격화…공론화 과정 진통 예고
대외경제장관회의서 "여론 수렴 착수" 발표…시장 확대 기대
농민단체 대대적 투쟁 경고…자동차산업도 부정적 영향 우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을 사실상 선언하면서 앞으로의 논의 절차에 관심이 쏠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는 통상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CPTPP와 관련한 국내 제도를 정비해왔다. (이제는) 가입을 위한 여론 수렴과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고자 한다"며 CPTPP 가입 추진 의사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CPTPP 가입을 위해 이해 관계자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고 국회 보고 등의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가입 시 국회 비준 절차도 밟아야 한다.
그러나 피해가 예상되는 농축수산, 자동차 등 관련 업종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페루, 베트남, 싱가포르 등 11개국이 가입해 있는 CPTPP는 전세계 무역 규모의 15%를 차지하는 '메가 FTA(자유무역협정)'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더욱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환경 속에서 CPTPP는 시장 확대 및 다변화 측면에서 도움이 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9년 기준 CPTPP 참여 11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세계 GDP의 12.8%인 11조2천억달러, 무역 규모는 전세계 무역액의 15.2%인 5조7천억달러에 각각 달한다.
인구 규모로는 전세계 인구의 6.6%에 해당하는 5억여명의 거대 시장이다.
특히 현재 회원국을 보면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국가들이 모두 우리나라와 FTA를 맺고 있으며, 최근 참가 신청을 한 중국은 우리나라의 제1 경제교역국이다.
CPTPP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우리나라의 수출과 수입은 전체 수출입의 23.2%, 24.8%를 차지하는 등 CPTPP가 한국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따라서 CPTPP 가입 시 시장 확대 효과가 기대된다.
CPTPP는 역내에서 생산하는 부품과 중간재의 원산지를 모두 누적으로 인정하는 '누적 원산지' 제도를 유지하고 있어 관세 혜택과 이에 따른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도 기대해볼 수 있다.
글로벌 통상 환경의 급격한 변화도 CPTPP 가입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 중 하나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날로 심화되는 가운데 주요 국가마다 자국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을 추진하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중국과 대만이 최근 가입 신청을 하면서 CPTPP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그러나 CPTPP 가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엄존한다.
한국이 체결한 다른 17개 FTA는 물론 세계 최대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비해서도 개방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CPTPP의 상품 무역 개방 수준은 최대 96%로 관세 철폐 수준이어서 우리나라가 다른 회원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열위인 농·축·수산물 산업에 타격이 예상된다. 향후 중국이 가입하면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농업인단체가 정부의 CPTPP 추진 본격화 소식에 즉각 성명을 내고 반대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이날 성명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입 농산물의 증가는 장기적으로 국내 농업 생산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대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앞으로 여론 수렴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일본과 간접적으로 FTA를 맺는 효과가 발생하면서 대일 무역적자 악화도 우려된다. 특히 일본차 수입 관세 철폐 시 국내 자동차 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 가능성이 제기된다.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