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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공원에서 수달이 사람 물어…"생명 위험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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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공원에서 수달이 사람 물어…"생명 위험 느꼈다"
"수달 만나면 만지지 말고 거리 유지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싱가포르 공원에서 수달 무리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영국 BBC 방송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사는 60대 영국 남성 그래이엄 조지 스펜서는 지난달 30일 새벽 싱가포르 국립식물원에서 친구와 산책 중에 약 20마리의 수달과 마주쳤다.
이어 아침 조깅을 나온 한 사람이 수달 무리를 지나가면서 수달을 밟자 수달들은 스펜서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아직 어두웠기 때문에 조깅하는 사람이 수달을 못 본 것 같다"며 "그가 수달을 밟고 지나갔고, 수달들은 미쳐서 나에게 달려들었다"고 싱가포르 일간 스테이츠 타임스에 말했다.
수달들은 스펜서의 발목을 물고 쓰러진 그의 다리와 엉덩이를 깨물었다. 그가 얼굴을 보호하려고 손을 들자 손가락을 물기도 했다.
스펜서의 친구는 이어 소리를 지르며 수달들을 쫓아냈지만, 수달 무리는 방문자 센터로 도망가는 그들을 쫓아왔다.
스펜서는 이후 병원에서 무려 26곳의 상처 중 일부를 꿰매는 한편, 파상풍 주사를 맞고 항생제를 처방받아야 했다. 그는 이 일로 세 차례 병원을 방문해 치료비로 1천200싱가포르달러(약 104만원)를 지출했다.


그는 동물들이 위협으로부터 자신들의 새끼를 보호하려 하는 것은 자연적인 일인만큼 이번 일로 수달들을 탓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참고해 사람들이 조심하길 바란다는 바람을 밝혔다.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야생 수달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수달들이 수천 달러에 이르는 비단잉어를 잡아먹었다거나 사다리를 타는 법을 배웠다는 등의 이야기들이 언론에 종종 등장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수달을 카메라에 담아 온 사진가 버나드 세아는 싱가포르에 돌아다니는 수달이 약 150마리에 이른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수달은 보통 사람들에게 친숙하고 온순하다"며 "사람들이 수달을 쓰다듬는 사진을 여러 번 찍었지만, 그때마다 수달들은 얌전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아는 스펜서를 공격한 수달은 성체 9마리와 새끼 6마리로 구성된 수달 가족으로 보인다며 "수달들이 밟히면서 위협을 느꼈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엉뚱한 사람을 공격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싱가포르 국립공원위원회는 수달을 만났을 때 "만지거나 쫓거나 궁지로 몰지 말고, 거리를 두고 지켜보기만 하라"며 "너무 가까이 가면 그들이 겁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laecor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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