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청년 일자리 질 떨어지고 계층 간 교육격차 심화(종합)
코로나19 '낙인' 공포 줄었지만 56.5% 여전히 '두렵다'
결혼도 출산도 10% 감소…돌봄공백 경험 36%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타격…대면 서비스업 감소 추세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졸업 후 첫 일자리가 1년 이하의 계약직인 청년의 비중이 전체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사회활동 등에 제약이 생기면서 지난해 결혼과 출산은 2019년보다 10%가량 감소했다.
통계청은 10일 이런 내용을 담은 '한국의 사회동향 2021'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각계 전문가가 코로나19로 달라진 우리 사회의 변화 양상을 통계에 기반해 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 "청년층 졸업 후 첫 일자리 질 떨어져…계약직·시간제↑"
권현지 서울대 교수와 함선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년들이 졸업한 후 갖게 되는 첫 일자리의 질이 하락해 1년 이하 계약직 비율이 올해 47.1%로 2019년과 2020년의 각각 41.9%에 비해 큰 폭(5.2%포인트)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조사연도 기준으로 최근 3년 사이 학교를 졸업한 30세 미만 청년 가운데 졸업 전 취업한 이들을 제외하고 조사한 수치다.
근무 형태별로 보면 시간제 근로자의 비율이 2019년 31.7%, 2020년 34.4%에서 올해 38.3%로 점차 증가했다. 시간제 근로자 비율은 특히 고졸 이하의 남성(55.7%)과 고졸 이하 여성(49.9%)에서 높게 나타났다.
집필진은 "코로나19 이전 청년층 고용률의 개선 추세를 고려할 때 코로나19 이후 청년층의 고용률 감소는 중장년층보다 더 큰 폭으로 전개됐다"며 "고용률 감소폭은 청년층 내에서도 졸업 후 경과기간이 짧은 신규 구직자들에게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학력별로는 고졸자인 청년의 고용률 감소가 두드러졌고, 전문대졸 이상 졸업 1년 이내인 남성 청년들은 취업 준비 상태의 비경제활동인구로 남는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대학 졸업자의 경우 예술·인문·사회과학·언론·정보통신기술 전공 졸업자의 고용률 감소폭이 컸고, 자연과학·수학·통계학·복지 전공 졸업자의 고용률은 개선됐다.
집필진은 "청년의 고용위기는 살아가는 내내 지속될 수 있고 이들이 자칫 통째로 잃어버린 세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코로나에 결혼·출산도 10% 감소…돌봄공백 경험 36%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와 혼인 건수가 각각 2019년보다 10.0%, 10.7%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사회 활동에 제약이 생긴 영향이다.
김두섭 한양대 교수와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출산 의향이 약화해 임신을 연기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로나19 확산 초기의 결혼 감소는 추후 출생아 수의 추가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혼 감소 원인으로는 젊은이들의 만남 기회 축소, 계획했던 결혼의 연기, 청년 일자리 상황 악화, 집값의 폭등과 전세난으로 인한 결혼 연기 또는 단념, 국가 간 이동 제한으로 인한 국제 결혼 감소 등을 꼽았다.
최윤경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4차례의 코로나 대유행을 경험하면서 아동에 대한 돌봄과 교육은 개별 가정과 부모의 역할로 회귀했다"며 "(유치원 등의) 휴원·휴업 동안 개별 가정의 자녀돌봄은 부모의 직접 돌봄이 우세한 가운데 조부모·친인척의 도움과 긴급돌봄 이용이 주요한 양육체계로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8세 미만의 자녀를 둔 양육자 가운데 휴원·휴교 기간 돌봄공백(낮 시간 자녀를 돌볼 사람이나 서비스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지난해 3월 36.2%, 지난해 7월 37.5%였다.
◇ 가정형편 어려울수록 온라인수업 교육격차
우리나라의 학교 폐쇄기간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0월 사이 88주 가운데 68주(77.3%)로 미국, 호주,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국가에 비해 긴 편이었다.
가정형편을 학생의 응답에 따라 상·중·하로 나눴을 때, 가정형편이 좋은 집단일수록 사교육 참여 시간이 증가한 학생의 비율은 높고, 디지털 기기를 학습 외 목적으로 사용하는 학생의 비율은 낮았다.
자신의 집이 '못산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기기의 성능 때문에 수업에 방해를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초등학생 28.9%, 중학생 33.0%, 고등학생 27.1%)이 '잘 산다'거나 '보통'이라고 응답한 집단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가정형편이 어려울수록 온라인수업에서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그대로 넘어간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은 높았다.
김경근 고려대 교수는 "코로나19가 기존의 계층 간 교육격차를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한 점은 커다란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당수 저소득층 학생은 생계형 맞벌이 가정이나 조손가정, 한부모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이런 가정에서 생활하는 학생은 사교육에 참여하기도 어렵거니와 원격수업을 받을 때 보호자의 세심한 관리나 돌봄을 기대하기 어려워 학력 저하를 경험할 공산이 크다"고 했다.
◇ 코로나19 '낙인' 공포 줄었지만 여전히 56.5% '두렵다'
유명순 서울대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경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들면서 확진으로 인한 낙인 두려움이 확진 두려움보다는 낮아졌으나, 여전히 과반인 56.5%가 감염 확진에 뒤따를 사회적 비난과 피해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개인의 위축된 일상회복은 절반 수준에 못 미쳤고, 전국민의 85% 이상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성인 남녀에게 코로나19로 일상이 얼마나 달라졌냐고 물었을 때 평균 점수는 47.2점이었다. 0점은 일상이 완전히 정지되거나 위축된 상황, 100점은 변화가 없는 상황을 가리킨다.
코로나19로 심화될 수 있는 사회문제에 대한 설문에서는 경제적 불평등을 꼽는 응답(79.7%)이 작년보다 늘었고, 건강불평등(31.4%)과 교육불평등(25.1%)을 꼽은 이들도 많았다.
지난해 3월 이후 영유아(0∼6세)와 학령기(7∼18세) 입원·외래 환자는 전년 동월 대비 50% 안팎으로 감소했다. 호흡기 감염성 질환 외래환자 수도 크게 줄었다.
변진옥 건강보험공단 의료보장연구실장과 조병희 서울대 교수는 "폐렴이 감소한 걸로 볼 때 병원 방문을 꺼려서 발생하는 이용 지연보다는 개인의 위생 조치 강화로 인한 발생 감소가 주된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타격…1997년·2008년과 다른 양상"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코로나19가 자영업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성 본부장은 "코로나19 경제위기는 주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음식배달처럼 비대면화 흐름에 일부라도 편승할 수 있었던 업종은 작년 말부터 다소간 개선 흐름이 나타났으나 그럴 수 없었던 대면 서비스업은 4차 대유행기까지 감소 추세가 지속했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위기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기인한 특성상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할 때 조업 단축, 일시 휴업을 통해 위기를 넘기려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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