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이 포기한 디자인으로 극초음속 비행엔진 개발"
홍콩언론 "미국의 중국 과학자 축출과 중국의 극초음속 프로그램 동시 이뤄져"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미국이 포기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극초음속 비행엔진을 개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추진 기술 저널'에 실린 중국 난징대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과학자들이 NASA(미국 항공우주국)가 포기한 엔진 디자인으로 극초음속 비행엔진 프로토타입(시제품)을 개발했다고 9일 보도했다.
중국 극초음속 무기 프로그램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상을 받은 탄후이쥔 교수가 이끈 난징대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극초음속 비행엔진 시제품을 수초간 마하 4∼8의 속도로 비행 조건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풍동(wind tunnel)에서 실험했다고 밝혔다.
풍동은 공기 흐름이 극초음속 비행체에 미치는 영향을 시험하기 위한 터널형 장치로, 빠르고 센 기류를 일으킨다.
연구진이 만든 시제품은 2011년 기밀해제된 NASA 출신 중국인 과학자 밍한탕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다. 비행체에 한쌍의 측면 공기 흡입구가 달려있다.
대부분의 극초음속 비행체는 기체 아래 배 부분에 엔진이 달려있지만, 밍한탕이 설계한 2단 비행체(TSV) X-플레인은 양측면 엔진으로 가동된다.
밍한탕은 1990년대 말 NASA 극초음속 프로그램의 수석 엔지니어였을 때 해당 엔진을 설계했다.
이 엔진은 일반적인 터빈 제트 엔진처럼 저속으로 돌아가다가 음속의 5배 이상 고속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러한 이중 엔진 디자인의 기체역학은 정교한데다, 극초음속으로 전환했을 때 엔진이 점화하느냐와 같은 일부 중요한 점이 불분명하다.
이에 밍한탕의 디자인을 구현하려던 보잉의 '만타 X-47C' 프로그램은 2000년대 초 기술적 어려움과 비용 문제로 미국 정부에 의해 종료됐다.
그러나 난징대 연구진은 밍한탕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든 시제품이 일부 가장 도전적인 비행 조건에서도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 정부는 밍한탕의 아이디어를 대체로 등한시했지만, 그 아이디어의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극초음속 비행기와 엔진 개발에 중요한 지침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해당 디자인이 점점 더 관심을 끌었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진은 밍한탕의 이중 엔진이 실현가능하고 일부 장점이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할 도전적인 과제들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밍한탕은 중국 국공내전 당시 충칭(重慶)에서 태어났으며, 내전 말미 가족과 함께 대만으로 떠나 브라질을 거쳐 1950년대 미국에 정착했다.
1960년대 NASA에서 항공우주 엔지니어로 근무하기 시작한 그는 U-2, SR-71 블랙버스를 포함한 고속 정찰기 개발을 위한 록히드 마틴사의 최고 기밀 프로그램을 이끄는 자리에까지 올랐다.
이어 1980년대 말부터는 NASA의 극초음속 비행 연구를 지휘하면서 NASA와 미 공군의 협업 프로그램도 감독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에서 중국인 과학자에 대한 불신이 고조된 1999년 NASA를 떠났다.
당시 민감한 시설에서 일하는 중국 출신 과학자들의 간첩행위에 대한 의심이 널리 퍼지던 상황에서 로스앨러모스 연구소 비선형연구센터 부소장이었던 천스이도 연구소를 그만두고 아예 중국으로 돌아갔다.
세계 최고 난기류 전문가 중 한명인 그는 중국으로 귀국한 뒤 풍동을 설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 중국 극초음속 무기개발의 중심인물로 부상했다
SCMP는 "일부 중국 우주 과학자들에 따르면 2000년대 초 미국의 중국 과학자 축출과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프로그램이 동시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8월 중국 '항공엔진' 저널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마하 3∼4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터보 제트 엔진 개발 역량을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는 대부분 초기 비행단계에서 로켓을 사용하는데, 해당 터보 제트 엔진이 그러한 로켓과 병행 사용되거나 대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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