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비버, '사우디 인권문제 봐달라' 비판에도 현지 공연
제다 자동차경주대회 F1 폐회 무대서 히트곡 열창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세계적 스타의 방문 공연을 자국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희석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음에도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예정을 바꾸지 않고 사우디 공연을 마쳤다.
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비버는 전날 밤 사우디 홍해 연안 도시 제다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원(F1) 폐회 무대에 올라 관객과 만났다.
비버는 빨간색 상·하의를 갖춰 입고, 환호하는 사우디 팬 앞에서 히트곡을 열창했다.
앞서 비버는 지난달 21일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던 중 살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약혼자 하티제 젠기즈에게서 이번 공연을 취소해달라는 공개서한을 받았다.
젠기즈는 서한에서 "사우디 공연을 취소해달라"면서 "이는 비판자를 죽이는 정권의 평판을 회복시키는 데 당신의 이름과 재능이 이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세계에 강력한 메시지를 남길 특별한 기회"라고 밝혔다.
그는 비버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초청을 받고 공연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신이 팬에 헌신하는 것을 알고, 사우디 팬을 위해 오는 것을 안다"면서도 "사우디에는 연령, 배경, 종교적 신념을 막론하고 수백 명이 단순히 무함마드 왕세자의 무자비한 독재에 반대하는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아 수감돼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이번 F1이 사우디 내 인권 상황에 대한 조사를 피하기 위한 '스포츠워싱'(sportswashing)이 될 수 있다며 비버에게 공연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스포츠워싱은 개인이나 기업, 국가 등이 좋지 않은 여론이나 명성을 개선하기 위해 스포츠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비버의 이번 공연은 내년 예정된 월드투어를 앞두고 이뤄진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어 내년 투어 홍보 담당 회사는 미국 공연 기획사 라이브 네이션이며,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이 회사 지분 중 14억달러(약 1조6천500억원) 상당을 보유한 주요 기관투자자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9년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도 사우디 공연을 앞두고 유사한 비판을 받았다.
사우디 인권 운동가들은 사우디 정부의 '보여주기식 문화 개혁'에 머라이어 캐리가 이용된다며 인터넷을 통해 그에게 공연을 거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 역시 예정대로 공연을 진행했다.
사우디 왕실을 비판해온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는 2018년 터키에서 살해됐다.
미국은 암살 배후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있다는 정보당국의 보고서를 공개하고, 사우디를 제재했다. 유엔 역시 "무함마드 왕세자 등이 사적으로 개입한 것을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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