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산에 경제 회복세 타격 우려도 커져
"공급망 혼란 가중돼 인플레 강화될수도…신흥국 이미 자본유출 시작"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일 외신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가 현재 전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을 더욱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우선 부각되고 있다.
감염 우려로 대면 활동이 기피돼 세계 주요 거점의 공장과 항만들이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30일 미 의회에 출석해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사람들의 대면 근로 의욕이 꺾여 공급망 혼란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는 안 그래도 높은 물류비용을 더 높일 뿐 아니라 부품과 완제품의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인플레이션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새로운 봉쇄령이나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로 노동 공급 회복을 제약하거나 공급망 병목현상을 악화시키면 오미크론 변이가 인플레이션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특히 여행과 외식, 공연 등 서비스 부분에 더 큰 타격을 준다는 점도 물가 안정에 부정적이다. 델타 변이 유행으로 소비 수요가 상품 쪽으로 쏠리면서 현재 공급망 혼란이 장기화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세계 경제에 의미하는 바'라는 기사에서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으로 완화되려면 소비자들이 다시 여행이나 외식과 같은 서비스 분야에 지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통화 긴축에 나서게 돼 경제 상황이 한층 복잡해진다.
실제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30일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자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에 속도를 낼 것임을 시사해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주요한 리스크로 중앙은행들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 이른 시기에 더 강한 강도로 통화 긴축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꼽기도 했다.
특히 미국과 같은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외환시장이 불안해지는 등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보고서에서 신흥국가들에서 이미 이런 '긴축 발작'(Taper Tantrum)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긴축 발작은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양적 완화를 종료하기 위해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의사를 갑작스럽게 내비쳐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은 사태를 말한다.
IIF는 세계 각국의 실질 현금 유입을 분석한 결과 올 4분기에 신흥국의 현급 유입이 플러스이지만 중국을 제외하면 마이너스가 된다고 밝혔다.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들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IIF는 특히 아르헨티나, 브라질, 터키가 가장 심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인플레이션에 반대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활동을 저해해 물가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최근 로이터통신의 콘퍼런스에 참석해 오미크론 변이로 수요가 억눌리고 성장이 둔화해 인플레이션 부담이 완화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대확산(팬더믹) 시기와 같이 경기가 침체하고 있다는 뜻으로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니다.
세계 각국 정부가 이미 막대한 경기부양책을 쏟아낸 탓에 다시 경기 침체가 도래하면 대응할 정책적 여력도 적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미크론 변이로 취약한 경제 회복세가 궤도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기사에서 "지난 18개월간 얼마나 많은 부채가 쌓였는지를 볼 때 급격한 침체에도 정부 지원은 다시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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