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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때마다 가격표 달라져요"…치솟는 외식물가에 직장인 '한숨'
식자재값·인건비·연료값 올라 음식값 ↑…'물가상승 세계적 현상'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회사원 전모(46·서울 서초구) 씨는 최근 직장 동료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에 있는 단골 우동집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즐겨 먹는 우동 가격이 8천500원에서 1만원으로 오른 지가 얼마 안 됐는데 가격표가 또 1만1천원으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 씨는 "최근 들어 가격을 너무 자주 올리다 보니 체감상 올 때마다 가격표가 바뀌는 것 같다"며 "월급은 하나도 안 오르고 세금만 늘었는데 외식하기가 갈수록 부담스럽다"고 했다.
한 달 용돈이 70만 원가량 되는 전 씨는 점심시간에 친한 직장 동료들과 회사 근처 맛집을 찾아가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지만 앞으로는 가급적 회사 구내식당을 이용할 생각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전 씨가 찾았던 우동집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인근 종로구 사직동에 위치한 A 한식당도 최근 고추장찌개 정식 가격을 1만8천 원에서 1만9천 원으로 올렸고, 종로구 낙원동 돼지국밥 골목 식당들도 오랫동안 5천 원이던 돼지국밥 가격을 6천 원으로 인상했다.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직장인들이 점심 메뉴로 선호하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도 이달 1일부터 주요 제품 판매가격을 평균 4.1% 올렸다. 이번 인상으로 3천900원이던 불고기버거 가격은 4천100원이 됐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물가상승 추세는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특히 외식물가 상승세는 안 그래도 지갑이 홀쭉한 저소득 직장인과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0.7% 감소하며 지난해 2분기(-2.0%)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GNI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추락한 것도 작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소득은 줄었지만 농축수산물을 비롯한 생활물가는 급등했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41(2015년=100)로 1년 전보다 3.7% 올랐다. 2011년 12월(4.2%) 이후 9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품목별로는 오이(99.9%), 상추(72%), 깻잎(38.6%) 등의 가격이 크게 뛰면서 농축수산물 물가가 1년 전에 비해 7.6% 올랐다. 소금(24.9%)과 국수(20.7%), 식용유(10.0%) 등 가공식품 물가도 3.5% 올랐고, 생선회(9.6%)와 피자(6.0%) 등 외식 가격도 뛰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직장인의 대표적 외식 메뉴인 김치찌개 백반의 서울지역 평균 가격은 7천7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천692원보다 5.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장면은 작년 동월보다 4.3% 오른 5천538원으로 집계됐고, 냉면은 7.3% 뛴 9천654원, 비빔밥은 5.3% 상승한 9천154원이었다.
이처럼 외식물가가 뛰는 것은 원유와 천연가스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마비 등의 영향으로 각종 식자재 가격이 오른 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많이 쓰는 액화석유가스(LPG)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국내 LPG 시장을 주도하는 SK가스와 E1은 1일부터 LPG 가격을 ㎏당 88원 인상하면서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가격을 올렸다.
이에 따라 가정·상업용으로 쓰는 프로판 가격(SK가스 공급가 기준)은 ㎏당 1천399.36원이 됐다. 올해 7월 대비 가격 상승률은 37.7%에 달한다.
종로구 A한식당 주인은 "조리에 필요한 식자재뿐 아니라 인건비와 임대료, 연료비, 배달 수수료 등이 너무 올라 가격을 올리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도 최저임금 인상, 해외 물류난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 및 배달 플랫폼 수수료 인상 등이 제품 판매가격 인상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passi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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