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 드리운 전운…러-나토 긴장 고조
경고메시지 주고받으며 군사적 긴장 고조
나토,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엔 신중…러시아와 충돌은 회피할 듯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전운이 감돌면서 미국과 유럽의 군사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 지역에 러시아가 최대 10만 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나토와 러시아가 상대방에 경고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무력 점령할 때처럼 러시아군이 내년 1∼2월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 상황을 우려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영토보전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침공을 결정하면 즉각 실행할 태세가 돼 있다는 걸 잘 안다. 우리는 모든 우발적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토는 동유럽 지역의 방위력을 기꺼이 강화할 것"이라고 말하고 아울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여태까지 겪어보지 못한 강력한 제재를 경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이례적인 대규모 러시아 병력 집결을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공격적인 행동을 하기 전에 이러한 형태의 군사력을 사용했던 것을 알고 있다"며 "러시아의 어떤 추가적인 도발이나 공격적인 행동도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는 이 같은 서방 경고를 일축한다.
오히려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고 흑해 등 러시아 인근 지역에서 연합훈련으로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반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과 나토에 법적으로 나토의 동진을 막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가 더 동진하지 않고 러시아 접경 지역에 무기 배치를 하지 않도록 미국, 그리고 그 동맹과 대화해 구체적 합의를 모색할 것"이라면서 서방에 이와 관련한 협상을 제의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시아 반군이 세력을 확장하고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이후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동유럽 지역 전력 증강을 추진했다.
나토와 러시아는 1990년대 옛 소련이 붕괴한 후 동유럽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동유럽의 러시아 접경 지역에 병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나토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먼저 약속을 깬 것으로 판단한다.
이에 나토는 2016년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 발트 3국과 폴란드·루마니아·불가리아에 나토군을 배치하기로 했다. 또한 나토 소속이 아니지만 우크라이나에 안보 위협이 발생하면 나토가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움직임에 대해 러시아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를 두고 "러시아의 보복을 촉발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노골적으로 경고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가 즉각 침공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러시아는 나토가 독일이 통일하는 과정에서 통일 독일 영토를 넘어서 확장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고 옛 소련권 국가를 받아들여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나토는 1999년 헝가리·폴란드·체코 등 3국을, 뒤이어 2004년에는 발트 3국,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옛 소련권 7개국을 끌어들이며 확장을 계속했다.
또 2008년 루마니아서 한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 가능성을 제기하고 이후 이들 국가와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과 협력해 국가발전을 꾀하고 나아가 나토에 가입해 국가안보를 보장받으려 한다.
2019년 5월 취임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 정권이 추진한 친서방 정책 노선에 변화가 없다고 천명하고 나토 가입은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선택이며 헌법에 명시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가입 문제에 나토는 아직 유보적이다. 이 문제가 매우 민감하고 폭발력이 있는 만큼 러시아와 정면충돌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총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나토 회원국이 되려면 기준에 부합해야 하고, 30개 회원국의 의견 일치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아직 나토 내 합의는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부패 문제, 러시아와 영토 분쟁 등으로 나토 가입을 위한 모든 기준을 아직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또 나토가 우크라이나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아직 집단안보 원칙을 규정한 나토 헌장 제5조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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