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거래·나눠먹기' 보험설계사 무더기 제재
계약 실적 넘기고 수수료 챙긴 39명에 과태료 1억3천만원 부과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자신이 유치한 계약을 다른 보험설계사의 실적으로 넘겨주고 수수료를 나눠 가진 보험설계사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더기 제재를 받았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다른 모집종사자의 명의를 이용한 보험모집행위로 적발된 전직 보험사·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 39명에게 지난달 총 1억3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가장 많은 과태료는 1천680만원에 달했다.
같은 행위로 적발된 보험설계사 2명은 업무정지 제재를 앞두고 있다. 이들 2명에 대한 제재는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된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다른 모집종사자의 명의를 이용해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번에 과태료가 부과된 모집종사자들은 대형 보험사 또는 개인·법인대리점에서 활동했던 보험설계사로, 자신이 모집한 고객을 대형 법인보험대리점 A사 또는 B사 소속 보험설계사의 계약으로 허위 등록하고, 보험사가 지급하는 수수료의 일부를 챙겼다.
보험설계사의 명의를 바꾸는 이유는 보험사기나 신용불량으로 보험설계사에서 해촉돼 현업에서 활동할 수 없거나, 특정 보험대리점 또는 보험설계사의 실적을 부풀려 수당·포상을 더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런 계약의 '거래' 또는 '나눠먹기' 행위가 '경유계약'으로 불린다.
특히 적발된 보험설계사 41명으로부터 계약 실적을 넘겨받은 대형 법인보험대리점 A사와 B사는 모집종사자 명의 변경 등 불건전 영업행위로 금융당국에 의해 실명이 공개된 전력이 있으며, 경유계약으로 금융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가입자 나눠먹기 또는 거래 행위는 불건전 영업행위일 뿐만 아니라 자칫 가입자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실제 계약을 모집한 보험설계사와 보험사에 등록된 담당 보험설계사가 다르기 때문에 고객이나 보험사에 신속하게 전달돼야 할 보험료 체납, 보험금 청구 정보가 지연·누락될 수 있다.
고객의 개인정보가 보험설계사 사이에 전달되면서 개인정보 유출도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유계약은 실적을 챙기는 법인보험대리점의 묵인이나 방조, 때로는 조장에 의해 일어난다"며 "가입자도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보험사에 등록된 담당 설계사가 누구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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