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침공 준비설' 두고 푸틴-서방 대표 공방
푸틴 "올초에도 얘기 나왔지만 아무일 없어…나토 훈련이 위협"
나토 사무총장 "우크라 상대 무력사용하면 비싼 대가 치를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와 서방이 30일(현지 시각)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두고 또다시 공방을 벌였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러시아 은행 VTB 주관 연례 경제포럼('러시아가 부른다')에서 연설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푸틴은 포럼 참석자의 관련 질문에 "그러한 위협에 대해선 러시아가 군사훈련을 실시한 올해 초에도 얘기들이 나왔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서방의 근거 없는 정보전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우크라이나 인근에서 벌어지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연이은 군사훈련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러시아는 자국 국경 인근에서 (서방 진영의) 대규모 군사훈련이 벌어지는 데 대해 우려를 느끼고 있다"면서 "최근 흑해에선 우리 국경에서 불과 20km 거리에서 정밀무기나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들이 비행하며 위협적인 환경을 조성했다"고 비판했다.
푸틴은 또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극초음속 미사일 등의 공격용 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레드라인'(한계선)을 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만일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체계가 등장하면 모스크바까지의 비행시간은 7~10분이 될 것이고, 극초음속 미사일이 배치되면 5분이 될 것"이라면서 그럴 경우 "우리는 우리를 위협하는 자들에 대항해 유사한 어떤 것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그렇게 할 수 있다"면서 "마하 9의 해상 발사 극초음속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시험했고 내년 초에 실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막바지 발사 시험을 하며 실전 배치를 앞둔 신형 해상 발사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치르콘'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푸틴은 그러면서 "우리에게 그러한 위협을 만드는 것은 '레드라인'이 될 것이다.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푸틴은 또 중국을 겨냥한 미국·영국·호주의 새로운 안보동맹 '오커스'(AUKUS)가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과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군이 약 10만명의 병력과 대포 등을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지역으로 배치하고 내년 초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설을 자국 국경 인근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하기 위한 명분을 만들려는 나토 측의 선전전이라고 반박해 왔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NSC 격) 서기도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떤 공격 계획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면서 미국에도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측의 반박에도 서방은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무력을 사용하면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가 흑해와 발트해 지역 등에서 (군사력) 배치를 증강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과 불법적인 크림 병합에 대한 직접적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나토 회의 참석을 위해 발트국가 라트비아를 방문해서 한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도 라트비아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서부 발칸 지역을 지원하고 그들의 안보를 보장하며 경제 회복을 도울 것"이라면서 "나토가 러시아에 도발하고 있다는 (러시아 측의) 주장은 명백히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만일 나토의 핵무기가 (벨라루스) 인접국 폴란드에 배치되면 푸틴 대통령에게 벨라루스에도 핵무기를 배치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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