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군배치 검토끝낸 美, 중국 정조준…대규모 변화는 없어
중국 견제가 검토 초점…괌·호주 인프라 늘리며 대중포위망 강화
중동·유럽은 큰 틀 재배치 없어…"전세계 복잡한 안보상황 반영"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전 세계 미군 배치의 소폭 조정과 중국 견제 강화'.
미국 국방부가 29일(현지시간) 공개한 미군의 '글로벌 배치 검토'(GPR) 결과는 이렇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3월부터 GPR를 시작했다. 국방부가 결과를 발표한 이 날은 공교롭게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차 한국 방문길에 오르기 바로 전날이다.
일단 눈에 띄는 대목은 경제, 안보, 인권, 대만 문제 등 전방위 충돌이 격화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 전략이 해외주둔 미군 배치에도 그대로 반영됐다는 점이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검토의 주된 초점이 중국이었다고 노골적으로 말할 정도다. 미국 안보정책의 무게중심이 과거 중동과 유럽에서 중국이 위치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연히 옮겨가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국방부는 괌과 호주의 인프라를 증강하고, 태평양 섬 지역에 걸쳐 군사 건설을 우선순위에 두기로 했다. 군사협력 활동을 위한 역내 접근성을 키우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또 GPR에는 인도태평양의 전투 준비태세 향상을 위해 다른 지역의 군대와 장비를 감축함으로써 이 지역에 좀 더 초점을 맞춘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향후 이 지역에 추가적인 군사력 강화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런 흐름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지난 9월 호주, 영국과 안보 동맹체 '오커스'(AUKUS)를 출범하고, 일본, 인도, 호주와 중국 견제 협의체로 알려진 쿼드(Quad)를 정상 회의체로 격상시키는 등 계속된 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동북아에 위치한 주한미군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감축 내지 철군 엄포까지 있었지만 현 상태에서 변화를 주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그간 순환배치 대상이던 포병여단 본부, 아파치 헬기 부대는 상시주둔배치로 귀결됐다.
양적인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질적인 면에서 실질적인 군사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좀 더 넓은 틀에서 볼 때 기존의 전 세계 미군 배치에 큰 변화는 주지 않았다는 외신의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중대한 개편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분석했고, AP통신은 "해외 미군 주둔에 변화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중국 견제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유럽이나 중동 등 다른 지역의 안보 상황 역시 대규모 감축을 추진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중동만 하더라도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 철군과 맞물려 그간 적대 세력이던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함에 따라 불안정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
AP는 이란도 미국 입장에서 추가 도전과제가 됐다며 "이는 더 많은 미군을 다른 지역에 배치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풀이했다.
러시아 견제 차원에서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유럽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대규모 군대를 배치하는가 하면, 중동 난민을 둘러싸고 벨라루스와 폴란드가 대치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4월 대규모 병력 감축을 지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침을 뒤집고 오히려 독일에 500명의 미군을 증파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AP는 이번 GPR 결과에 대해 아프간 철군을 마치긴 했지만, 아시아태평양에서 중국, 유럽에서 러시아 대응 문제에 관한 우려가 커지는 바이든 행정부의 복잡한 안보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WSJ도 아시아에 상당한 규모의 미군 배치를 하지 못한 것은 중국에 맞서면서도 다른 지역의 안보 약속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자원의 균형을 다시 맞추는 데 있어 미국이 처한 과제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세계정세 전망이 유동적이라면서도 이번 검토는 특히 중국에 관한 일부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또 중동, 유럽, 아프리카에 대한 병력 배치 검토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밝혀 추후 변화가 생길 여지를 뒀다.
향후 공개될 국방전략 검토와 핵무기 재평가 결과에서 추가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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