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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롯데, 순혈주의 깨고 '옥상옥' 조직 BU도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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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롯데, 순혈주의 깨고 '옥상옥' 조직 BU도 폐지
롯데쇼핑 4개 사업부중 3개 대표 외부인사로…대대적 변화 예고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롯데그룹의 25일 인사를 두고 파격의 연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 내에서도 특히 '순혈주의'가 강했던 유통 부문의 수장을 모두 외부에서 영입했고, 신동빈 체제의 상징 중 하나로 꼽혔던 사업 부문(BU) 조직도 폐지했다.
수년간 계속된 실적 부진에 '이대로 가면 경쟁에서 영원히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절박함의 발로라는 분석이다.



◇ 롯데쇼핑 4개 사업부 중 3곳 외부출신에 맡겨
롯데쇼핑 대표에는 김상현(58) 전 홈플러스 부회장, 호텔롯데 대표에는 안세진(57) 전 놀부 대표이사가 영입됐다.
1979년 롯데쇼핑 설립 이후 외부 인사가 대표를 맡은 것은 42년 만에 처음이다.
롯데쇼핑은 대표뿐 아니라 백화점, 마트, 슈퍼, 이커머스 등 4개 사업 부문 중 3개 부문을 사실상 외부 출신이 맡게 됐다.
정준호 신임 백화점 사업부 대표는 1987년 신세계백화점 공채로 입사해 조선호텔, 신세계 이마트 부츠(Boots) 사업 담당을 거쳐 2019년에 롯데쇼핑 패션 자회사인 롯데GFR 대표를 맡았다.
이커머스 사업부를 총괄하는 나영호 부사장은 이베이코리아 출신이고, 강성현 마트사업부 대표는 한국까르푸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친 뒤 2009년 롯데미래전략센터 유통팀장으로 롯데에 합류한 인물이다.
이처럼 롯데쇼핑의 주요 직책을 외부 출신에 맡긴 것은 그룹 성장의 주역이었던 유통사업 부진에 대한 절박함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롯데의 유통사업은 그간 경쟁사보다 변화에 뒤처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발 늦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가속화되는 와중에도 온라인 부문이 적자를 거듭했고, 백화점 사업도 경쟁사에 비해 코로나19 '보복 소비' 수요를 제대로 끌어안지 못했다.
앞으로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고 SSG닷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온라인 시장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고, 신세계백화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롯데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 신동빈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인재 확보를 주문했다.
김상현 롯데쇼핑 신임 대표에게는 혁신과 변화를 일으켜 고전 중인 롯데의 유통 사업을 되살리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외부 인사가 대표를 맡게 됐다는 소식에 롯데쇼핑 내부는 뒤숭숭한 모습이다.
롯데쇼핑의 한 직원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면서 "급격한 변화에 놀라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옥상옥' BU 폐지하고 HQ로 실행력 강화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키워드는 조직 개편이다.
롯데는 2017년 3월 비슷한 계열사끼리 묶어 수평적 구조에서 전략을 공동으로 수립하기 위해 유통과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BU 체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계열사 간 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렵고 더딘 의사결정 속도로 반전의 모멘텀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계속 제기됐고 결국 5년여 만에 폐지로 가닥이 잡혔다.
유통, 화학, 식품, 호텔 등 4개 사업군 내에 신설된 HQ는 총괄대표를 중심으로 현장 경영에 보다 중점을 두도록 했다.
보고체계를 간소화해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고 각 그룹사의 자율경영, 책임경영도 강화한다.
사업군별 중장기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것뿐 아니라 재무와 인사 기능도 보강해 실행력을 높이고 사업군별로 통합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했다.
롯데는 지주와 HQ, 계열사 간 소통 강화와 조율을 위해 지주의 ESG 경영혁신실 산하에 사업지원팀을 신설했다.
지주는 그룹 전체의 전략 수립과 포트폴리오 고도화, 미래 신사업 추진, 핵심 인재 양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롯데는 "이번 조직 개편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져 조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shi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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